2년차 지지율 文이 가장 높은데···"레임덕" 외치는 야당,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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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창조경제밸리 기업지원 허브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창조경제밸리 기업지원 허브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명 성남시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이 최근 집권 1년 6개월 된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강하게 지적하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노조 집회 참석,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찰 수사 발표 직후부터다.

레임덕을 처음 제기한 건 바른미래당이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20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과 여야가 탄력근로제에 합의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집회에 어떻게 서울시장이 가냐”며 "대통령 권위가 흔들리는 레임덕에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관영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미 현실적으로 레임덕이 시작되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어 견고해 보이지만 물거품처럼 일시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24일 이재명 지사가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까지 거론하자 레임덕 주장은 더 확산했다. 25일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아들 문제는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건데 여당으로서는 감히 꺼낼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26일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지금 민주당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이러한 현상(레임덕)은 시작됐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도 “내분으로 문 정권도 박근혜 정권처럼 무너질 수도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이같은 야권의 레임덕 주장에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레임덕으로 확대해석하기는 어렵다”고 전한다.

우선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집권 2년 만에 레임덕을 맞은 대통령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같은 시기 과거 정부와 비교하면 지지율도 높다. 26일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52%였다. 임기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김대중(46%), 김영삼(44%), 박근혜(44%), 이명박(36%), 노무현(36%) 정부 등 과거 정부의 대통령 지지율은 모두 50% 이하였다.

레임덕을 야기하는 필수 요소도 아직은 없다. 이전 정부에서는 임기 후반기 ▶친인척ㆍ측근 비리(김영삼, 김대중) ▶선거 패배(노태우, 노무현, 박근혜)가 대통령의 권력 누수를 가속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친인척·측근 비리가 확정되지 않았으며,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때 광우병 집회, 박근혜 때 세월호사고처럼 임기 초반 지지율이 떨어져도 오히려 반등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라며 “정권 후반기도 아니고 차기 대권 구도도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레임덕 운운은 다소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야권이 일제히 레임덕을 외치는 걸 왜일까. 정치권에서는 반사이익을 노린 야권의 ‘프레임 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레임덕 등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을 지속해서 부각하다 보면 지지층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야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고공 지지율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레임덕 프레임을 가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교양학부)는 “레임덕으로 보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여당의 권력투쟁을 부각해 야당이 얻을 수 있는 반사이익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지층 결집에 더해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하는 전시효과도 동시에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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