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거부"에 "폐강"으로 맞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교수들만의 총장 선출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수강거부가 대학원생·조교들에게까지 확산된 고려대는 학생들이 폭력교수 추방서명운동을 벌이는데 맞서 교수 측도 휴강에 이어 강좌폐강을 하는 등 학내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신문방송학과 김경근 교수(50)는9일 학생들의 수강거부에 자신이 맡고 있던 2개 강좌를 폐강, 학과 사무실에 공고문을 써 붙였다.
김 교수는『학생들이 교수들의 총장후보 선출투표를 방해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등 최근 학내에서 일어난 일련의 불상사는 명백한 교권침해행위이므로 교권수호의 차원에서 이같이 폐강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교수가 학생들의 집단수업 거부행동에 맞서 폐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가 폐강한 과목은 3, 4학년 전공과목인「비판이론」과 1학년 전공과목인「세계언론사」로 특히「비판이론」은 김 교수가 지난 10년 동안 학교측에 개설을 요구해 오다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개설된 강좌다.
김 교수는『학생들의 수업거부에 대해 반성기회를 주기 위해 폐강한 것』이라고 말하고 『내년 1학기에 다시 개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오전 11시쯤 3, 4학년 전공과목인「비판이론」강의를 위해 정경대 504호실로 갔으나 수강학생 20여명이 강의실로 들어가지 않은 채 휴강을 요구하며 수업에 불참하자 폐강을 결정했다.
한편 총학생회 등 학내 4개 자치단체는 9일 오후2시 교내 학생회관 앞에서 학생 6백여 명 이 참가한 가운데「총장선출 무효 및 폭력교수 규탄을 위한 범 고대인 총 궐기대회」를 갖고 지난 4일 투표를 저지하는 학생들의 뺨을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이모교수(통계학과) 등 2명에 대한「폭력교수 추방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학생들은 집회 후 각 단과 대·학생회관 앞 등 교내 11개소에 서명장소를 마련, 10일 오전현재 3천여 명이 서명했다.
학생들의 수강거부로 10일 오전 서울캠퍼스 8개 단과대학의 강의가 거의 중단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