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한국시티 이자 522억 더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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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민은행은 1999년 4월부터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시장금리(1년 만기 금융채 기준)에 따라 대출금리가 변경되는 웰컴주택자금대출 상품을 판매했다. 이후 금리가 하락하면서 2002년 12월 연 5.24%였던 시장금리는 지난해 6월 연 3.77%로 떨어졌다. 시장금리가 내렸는데도 국민은행의 대출금리는 연 7.7%(6개월 단위 변경)와 연 7.9%(1년 단위 변경)로 고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기간 중 이 대출을 받은 국민은행 고객은 36만7000명이고 이들은 고정된 금리 때문에 488억원의 이자를 더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한국씨티은행도 2002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변동금리 대출상품의 금리를 낮추지 않아 1만9434명의 고객으로부터 34억원의 이자를 더 받았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국민은행은 또 2003년 1월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중도상환을 하면 수수료를 내겠다는 고객의 확인 서명이 대출약정서에 없는데도 1만9489명으로부터 67억원의 조기상환 수수료를 받았다고 공정위는 판정했다.

공정위는 은행들의 이런 영업 행태가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라며 국민은행에 63억5300만원, 한국씨티은행에 5억6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 밖에 국민은행이 1년 이상 카드거래가 정지된 77만여 회원의 KB카드 적립포인트를 삭제했고, 24만8000명의 연체 고객에게는 포인트를 적립해 주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측이 해당 포인트를 원상복구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만 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민.한국씨티은행과 거래하면서 피해를 본 고객은 개별적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열사에 낮은 임대료를 받고 건물을 빌려준 신한은행은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받았다. 이들 은행과 함께 조사를 받았던 우리은행은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반발하는 은행들
"변동금리 상품 아니다"

◆ 은행들 "이의신청하겠다"=해당 은행들은 공정위 조치에 반발하며 이의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문제가 된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최근 판매되고 있는 시장금리 연동상품이 아니라 은행이 시장금리를 기초로 금리를 자유롭게 조정하는 고시금리 상품이었다"고 주장했다. 시장금리 변동 상황을 그대로 반영해야 하는 상품이 아니라 당초 대출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공정위의 공식 의결서를 받는 대로 이의신청 등을 할 계획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의결서가 도착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논평 할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이중 규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감독하고 있는 금융 분야에서 공정위가 제재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를 통해 일부 문제가 있는 대출에 대해서는 이자를 고객에게 되돌려주도록 지도했다"며 "금감원이 조치를 취한 사안에 대해 공정위가 또 제재를 하면 이중처벌이 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태동 공정위 시장조사팀장은 "금감원이 이들 은행에 대해 공식적인 제재를 한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중 제재라고 말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수수료 담합 등 금융회사들의 불공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제재 권한을 놓고 금감원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에도 KT 등 통신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한 일 때문에 업체로부터 통신위원회와 공정위가 이중으로 규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원배.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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