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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로또·주식 대하는 태도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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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돈의 심리학
개리 벨스키 외 지음
노지연 옮김, 한스미디어

살짝 알려드리겠습니다. 로또를 살 때 1, 2…6 여섯 숫자를 찍는 것이 좋습니다. 이거 당첨만 되면 대박입니다. 그렇게 찍은 사람은 없을 테니 1등 당첨금 십수억원, 이거 독식(獨食)입니다. 상상만 해도 입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에이, 그런 게 당첨될 리가 있겠느냐고요? 전화번호, 군번, 꿈에 나타난 번호 등을 뒤섞어 소신을 가지고 찍는 것이 낫다고요? 당신은 '기준율'을 무시하는 '숫자 백치'입니다. 이 치유가 늦을수록 부자의 길은 멀어집니다. 로또는 어차피 당첨확률이 낮고, 영감을 받아 고른 숫자 조합이나 6개가 연이어 붙은 조합이나 확률은 똑같기 때문입니다. 이걸 모르고 온갖 치성을 드려 로또를 산다 한들 부자 되는 데 도움이 안 됩니다. '공공의 이익'에 기여할 따름입니다.

부자 되기 어려운 증상은 또 있습니다. 보너스로 받은 돈은 어째 월급보다 솔솔 잘 새어 나가지 않습니까? 이건 '마음의 회계' 때문입니다. '공돈'이나'눈먼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마음속에서 별도의 장부에 달아두고 이걸 쓰는 데 별 부담을 느끼지 않는 우리 보통사람의 병증입니다.

주가가 떨어지는데 그간 투입한 돈이 아까워 내린 가격으로 보유 주식과 같은 것을 더 사는 '물타기'를 하나요? 이것 또한 '매몰비용 오류'라는 부자 안 되기 병의 한 증세입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은, 중간에 타당성 없음이 명백해져도 중단하기 어려운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네요. 또한 뮤추얼 펀드를 가입할 때 과거의 수익률을 금과옥조로 삼는 것 역시 부자 되는 길과는 멀답니다.

이 모두 경제전문 기자와 심리학 교수가 공동으로 쓴 이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책은 흔히 볼 수 있는 재테크 관련 실용서는 아닙니다. 다양한 심리실험을 통해 소비와 투자 등 돈 씀씀이에 관한 우리의 심리적 맹점을 콕 집어 주고 그 처방을 알려줍니다. 특히 책의 결론은 놓치지 말기 바랍니다. '모든 돈을 똑같이 사용한다''번거롭더라도 모든 숫자를 소중히 한다'등 10가지 원칙이나 '인덱스 펀드로 바꾼다''비상용 자금으로 신용카드 빚을 우선 갚는다' 등의 9가지 행동지침만 알아도 돈이 빠져나갈 구멍을 메우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이란 신학문에 근거한 이 책, 당연히 읽기 쉬운 편은 아닙니다. '예상 이론''결정마비''닻내림''베버 효과''확증 편향' 등 딱딱한 용어들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정히 어렵다면 끝 부분만 읽어도 되지만 돈이 된다는데 뭔들 못 읽겠습니까?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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