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노트북을열며

중국 공산당에 질 수는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9면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스타우드(Starwood)가 최근 중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에 이어 지난달 광저우(廣州)에도 글로벌 세일즈오피스를 하나 더 열었다. 웨스틴.셰러턴 등 여러 호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스타우드는 그동안 일본에 공을 많이 들였으나 최근 중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스타우드는 중국에 세계의 돈이 몰리고 부자가 많아졌다는 것을 간파했다. 실제 중국은 경제개방 4반세기 동안 부자를 많이 길러냈다. 중국에서 부자 행세를 하려면 재산이 100억원은 넘어야 한다고 한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국내 중견기업 사장은 허름한 행색의 중국 사람이 찾아와 납품하려고 하자 그 자리에서 퇴짜를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람의 재산이 1000억원은 족히 된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후회했다. 중국대륙 지도를 보면서 왼쪽 눈만 찔끔 감으면 선진국이 다 된 중국을 볼 수 있다. 서부지역은 아직 낙후돼 있지만 대륙의 동해안 벨트는 경제 강대국의 면모를 갖췄다. 상하이-광저우-선전(深?)으로 이뤄진 '경제 삼각벨트'의 위용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중국 경제의 눈높이는 그만큼 높아졌다. 차량 한 대값이 1억원이 넘는 BMW 7시리즈가 불티나게 팔리는 나라가 중국이요, 내로라하는 세계 명품들이 앞다퉈 둥지를 틀려고 애를 쓰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한 단계 더 용틀임하고 있다. 휴대전화 등 몇몇 상품을 빼놓고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일부 일본 소니 제품도 고전 중이다. 중국 당국은 최근 '짝퉁 청소'에도 칼을 빼들었다. 골목 공장을 뒤져 짝퉁 제품을 찾아내 불태운다. 경제에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예전엔 관시(關係)로 당국을 움직였다지만 이젠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중국의 국가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중국은 1년 새 31위에서 12단계 뛰어 19위가 됐다. 한국은 9단계나 미끄러져 38위로 처졌다. 중국은 경제에 힘이 붙자 그랜드 세계 전략을 짤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동북공정이 그중 하나다. 고구려.발해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동화시켜 한반도에 대한 입김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경제 우등생 중국과 다시 힘을 내는 일본을 지켜보노라면 그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한국은 무엇으로 먹고살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 해서 손을 놓을 때가 아니다. 말이 10등이지 우리의 국내총생산(GDP.2004년 6796억 달러)은 일본의 14% 수준이고 중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데도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가하기 그지없다. 경제를 이념 논쟁의 틀 안에 가둬놓고 편 가르기의 방편으로 활용하는 인상이다.

서민층이 5.31 지방선거에서 왜 등을 돌렸는가. 처음엔 정부의 이념정책에 솔깃했지만 정작 해주는 것이 부실하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고 살기가 어려워졌다. 국민은 지고지선(至高至善)한 정책에 매달려 목청만 높이는 정부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 해외 순방 때 대기업의 높아진 위상 덕에 대접을 잘 받았다는 대통령이 경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를 리 없다. 정치가 아닌 경제로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부가 돼야 한다.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올라서지 못하면 머지않아 동북아 경제고아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오죽하면 최근 한국을 다녀간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가 "20년 뒤 지금 한국이 하는 비즈니스(사업)는 중국이 다 할 것"이라고 경고했겠는가. 우리 정부가 경제 수싸움에서 중국 공산당에 지는 것을 바라는 한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고윤희 경제부문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