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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데 뭐가 무섭니”…김민재 일으킨 기성용의 한마디

중앙일보

입력

축구대표팀 김민재는 지난 17일 호주와 평가전에서 어시스트를 올리고 철벽수비를 펼쳤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축구대표팀 김민재는 지난 17일 호주와 평가전에서 어시스트를 올리고 철벽수비를 펼쳤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기)성용이 형, 저 요즘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호주전 맹활약 김민재 인터뷰 #장현수 대체자 부담에 조언구해 #황의조 합작골은 AG부터 연습 #"목표는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

“뭐가 무섭니. 넌 아직 어린데.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씩하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을거다.”

축구대표팀 김민재(22·전북 현대)가 최근 호주전을 앞두고 기성용(29·뉴캐슬)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다.

김민재는 지난 17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호주와 평가전에서 어시스트를 올리고 철벽수비를 펼치며 1-1 무승부를 이끌었다.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지만, 부담감이 극심했다. 중앙수비 장현수(도쿄)가 병역특혜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해 국가대표 자격 영구박탈 징계를 받으면서, 김민재가 빈자리를 메워야했기 때문이다.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김민재가 호주 제이미 매클레런을 수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김민재가 호주 제이미 매클레런을 수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재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대표팀 중앙수비 두번째 옵션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해왔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대표팀 훈련 때 실수를 반복하면서 자책했다. 그래서 성용이 형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조언을 구했다”고 말했다.

프리미어리그 뉴캐슬에서 주전경쟁 중인 기성용은 이번 호주 원정에는 불참했지만, 잉글랜드에서 후배에게 힘을 실어줬다. 중앙수비로 호흡을 맞춘 김영권(28·광저우 헝다) 역시 김민재에게 “민재야, 말리냐? 대표팀 처음 왔을 때처럼 재미있게 해라”고 조언했다.

김민재는 A매치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8월31일 이란전에서 어린선수 같지 않은 침착한 수비를 펼쳤다. 기성용과 김영권의 조언 덕분에 김민재는 호주전에서 당돌한 플레이를 펼쳤다.

김민재는 전반 22분 택배처럼 정확한 왼발 롱패스로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선제골을 도왔다. 본업인 수비에서도 안정적이었다. 김민재는 “실수도 있었지만, 처음 대표팀에 갔을 때처럼 재미있게 신나게하려했다”고 말했다.

18일 호주 브리즈번 페리 공원에서 한국축구대표팀 김민재와 황의조가 회복훈련 후 원정응원단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호주 브리즈번 페리 공원에서 한국축구대표팀 김민재와 황의조가 회복훈련 후 원정응원단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황의조와 선제골을 합작한 장면에 대해 김민재는 “의조형과 지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약속한 플레이다. 당시엔 상대 수비가 내려서서 통하지 않았다”며 “호주전을 앞두고 의조형이 ‘뒷공간을 보고 때리라’고 자신감을 줬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솔직히 생각보다 정확히 가서 놀랐다”, “11월15일이 내 생일이었다. 의조 형이 선물을 사줄줄 알았는데, 받기가 쉽지 않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호주전을 중계하면서 “김민재는 앞으로 10년동안 한국축구를 책임질 인재”라며 “어시스트도 올렸지만 수비조직적인 플레이는 거의 100점 만점”이라고 칭찬했다. 김민재는 “정말 감사한 평가다. 앞으로 태극마크에 대한 무게감을 갖고 가면서도, 부담감을 덜어내고 즐겨야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후반 40분 교체아웃됐는데,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에 호주에 통한의 동점골을 내줬다. 김민재는 “전반에 호주에 경기 지배를 당하고, 공격도 많이 허용했다. 다만 전반을 무실점으로 버텼다는건 긍정적”이라면서 “호주와 경기를 처음해봤는데 피지컬과 스피드가 뛰어났다.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다시 만난다면 힘든 경기가 될 것이다. 우리 목표는 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인 만큼 잘 준비해야한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중앙수비 김민재의 다음 목표는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이다. 프리랜서오종찬

축구대표팀 중앙수비 김민재의 다음 목표는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이다. 프리랜서오종찬

프로 2년차 김민재는 벌써 우승을 3번이나 해봤다. 전북 소속으로 K리그 2연패(2017, 2018)를 차지했고, 올여름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김민재는 “리그는 한경기가 틀어져도 메울 수 있지만, 아시안게임은 토너먼트라 다르더라. 우리팀 멤버가 압도적으로 좋아도 한경기 한경기가 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재는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는 동료들에게 “지면 귀국행 비행기에서 뛰어내리자”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만날 수도 있다’는 질문에 김민재는 “한국선수들은 일본을 만나면 지기 싫어하고 전투력이 상승한다. 일본은 잘하는팀이다. 하지만 무조건 이겨야죠”라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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