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으면 잔류'... 최소한의 자존심 지키려는 FC서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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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케이이비(KEB)하나은행 K리그1 FC서울 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 경기 종료직전 패널티킥을 성공한 박주영이 최용수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케이이비(KEB)하나은행 K리그1 FC서울 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 경기 종료직전 패널티킥을 성공한 박주영이 최용수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살얼음판 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의 FC 서울은 2018 시즌이 힘겹다. 황선홍 감독, 이을용 감독대행 등 1년새 사령탑이 두 번 바뀌었고, '소방수'로 최용수 감독이 2년여 만에 다시 돌아왔다. K리그에서 언제나 우승후보로 꼽혀왔던 서울은 올 시즌엔 상·하위 스플릿 시스템이 적용된 이후 처음 하위 그룹에 들었다. 8월부터 3개월여, 12경기 동안 승리가 없다가 지난 11일 전남과 홈 경기에서 어렵게 3-2로 승리를 거두고 겨우 한숨을 돌렸다. 힘겨웠던 서울에게 이제 필요한 건 그저 '승점 1점'이다.

서울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1 37라운드를 치른다. 승점 40점(9승13무14패)을 거둔 9위 서울은 이 경기에서 이기거나 비기면 남은 1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다음 시즌 K리그1 잔류를 확정짓는다. 그러나 진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현재 10위 상주 상무(승점 37), 11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6)와는 승점 4점 차. 서울이 패할 경우 인천과의 차이가 승점 1점으로 좁혀들면서 다음달 1일 상주와의 최종전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K리그1는 최하위인 12위에 오르면 다음 시즌 K리그2(2부)로 강등되고, 11위 팀은 K리그2 플레이오프 최종 승자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지난달 20일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허탈해하는 FC서울 선수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달 20일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허탈해하는 FC서울 선수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런데 인천의 최근 기세도 만만치 않다. 인천은 11월 들어 치른 2경기에서 모두 1골차 승리를 거뒀다. 특히 11일 강원FC와 경기에선 후반 45분에 터진 이정빈의 결승골로 3-2 뒤집기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를 탔다. 매 시즌마다 강등 위기에 놓이면서도 끈질긴 막판 뒷심으로 K리그1에 잔류해온 인천은 무고사(18골), 문선민(13골), 아귈라르(10도움) 등 공격력도 매섭다. 서울과 인천은 올해 두 차례 K리그1 맞대결에서도 모두 1-1 무승부를 거뒀다.

11일 오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케이이비(KEB)하나은행 K리그1 FC서울 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 경기 종료 직전 박주영이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팬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케이이비(KEB)하나은행 K리그1 FC서울 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 경기 종료 직전 박주영이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팬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경기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최용수 감독은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선수들을 다독였다. "안방에서 상대에게 승점을 내주는 건 상상하기 싫다"던 최 감독은 "오로지 승리만 생각하고 있다. 비겨도 된단 생각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함께 참석한 고요한도 "올해로 서울에서 15년째 선수로 있지만, 이런 일은 처음 겪어 자존심도 많이 상했다"면서 "반드시 승리로 장식하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서울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곱씹어야 하고 모두가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팬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많다"고도 말했다. 위기 속에서 비장함마저 감도는 분위기다. 더욱이 인천전은 올 시즌 홈 최종전. 홈팬들 앞에서 '살얼음판 시즌'의 끝을 보여주고, 반등의 계기를 새롭게 마련하는 서울이 될 지, 지켜볼 일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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