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단기로는 불평등 줄여도 장기적으로는 되려 악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저임금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소득 불평등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울산대 조재호 교수 논문…소득불평등, 도시경쟁력도 갉아먹어

조재호 울산대 교수가 2018년 겨울호「지방정부 연구」에 게재한 논문 ‘우리나라 7대 광역시(서울·부산·인천·대전·대구·광주·울산) 도시가구의 소득 불평등에 대한 실증적 연구’의 내용이다.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조재호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논문에 따르면 한국 도시 가구의 지니계수는 2000년 0.279에서 2016년 0.317까지 올랐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조 교수는 “우리 경제의 명목소득은 증가하고 있지만, 개인의 실질적인 소득은 개선되지 않고 지니계수뿐만 아니라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악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단기로는 저소득층 소득을 증대시켜 지니계수를 개선하나 장기로는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면서 “이는 결국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져 지니계수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된 뒤 높아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편의점, 치킨집 등의 아르바이트생 고용이 줄고 점주가 직접 카운터를 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어 그는 “임금상승은 실질환율의 상승으로 연결되어 결과적으로는 국가경쟁력을 하락시키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질환율이 오르면 물가가 상승하고 실질구매력이 감소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비교적 정책수립이 쉽다고 판단되는 최저임금 상승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책의 부작용 측면에서 보면 일자리 창출전략이 더 우월한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창출은 정부나 시민단체가 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이 하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고용창출 능력이 높아지고, 내수부족 문제도 해결되면서 새로운 투자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밖에 논문은 소득 양극화 확대의 원인으로 ▶노동시장 경직화▶일용직·임시직 일자리 지속적 감소▶실직자 유입으로 인한 영세자영업자와의 경쟁 심화▶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중·저소득계층의 소득 감소▶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지목했다.

자료: 조재호 교수

자료: 조재호 교수

앞서 조 교수는 지난해 불평등지수인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도시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도 발표했다. 지역 총생산·가처분소득·교육비 등의 지표를 반영해 산출한 결과 서울의 도시 경쟁력은 2010년 세계 59위, 아시아 9위에서 2030년 세계 185위, 아시아 63위로 급격히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 한국 도시 중에 세계 50위권 내에 드는 곳은 없다.

그는 “2030년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한다는 예측은 낮은 지역 총생산증가율, 급증하는 노인 비율, 고용률의 하락, 마이너스 고용증가율(일자리 창출과 연관되는 지표) 등에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