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500조원 돌파 … 지난달 기타대출 7조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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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가계 빚이 15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1419조원) 이후 1년 만에 100조원이 늘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치)에 따르면 3분기 가계신용은 전 분기(1492조4000억원)보다 22조원 증가한 1514조4000억원이었다.

9·13대책 이후 주담대 막혀 폭증 #증가세 둔화 불구 질 악화 우려

항목별로는 가계 대출(1427조7000억원)이 전 분기보다 18조5000억원 늘었다. 신용카드 이용 등 판매신용은 3조6000억원 늘어난 86조7000억원이었다. 가계신용은 국내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가계 대출)과 아직 결제하지 않은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포함하는 것으로 가계 빚 총량을 의미한다.

정부는 가계 빚 급증을 막기 위해 그동안 전방위 대책을 쏟아냈다. 그 연장 선상에서 살펴보면 3분기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가계 빚이 사상 처음 1500조원을 돌파하긴 했지만, 증가 속도는 크게 둔화했기 때문이다. 3분기 가계 빚 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6.7%로 2014년 4분기(6.5%) 이후 가장 낮다. 증가 규모(22조원)도 2014년 3분기(20조6000억원)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소득이 빚이 증가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늘지 않아서다. 문소상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가계 빚 증가세(6.7%)가 여전히 가계소득 증가세(4.5%)보다 높은 만큼 가계부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1%에 이른다.

가계 빚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9·13 부동산 대책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진 데다 지난달 31일 은행권에 총부채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지난달에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7조원이나 늘어났다. 규제의 ‘풍선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19일 “기타대출은 담보대출보다 금리 인상에 더 취약한 데다 업권별 증가 추이가 다르고, 행태가 상이한 만큼 세밀한 분석과 맞춤형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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