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 메일과 같은 ID, 마지막 접속은 이재명 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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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가 포털 사이트 다음(Daum)에 사용한 아이디(khk631000)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에 등록된 G메일 아이디(khk631000)와 동일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는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주인은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는 경찰 수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런 수사내용은 “아내는 (영문 이니셜로) hk가 아니라 hg를 주로 쓴다”는 이 지사 측 해명과도 배치된다.

트위터·다음 계정 동일인물 추정 #경찰 “4월 고발 직후 다음 계정 탈퇴” #검찰, 버렸다는 휴대폰 확보 주력 #이재명 “아내 트윗 아닌 증거 있어”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의 다음 아이디 ‘khk631000’의 마지막 로그인 장소 역시 이 지사의 자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다음 아이디는 지난 4월 탈퇴 처리됐다. 전해철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가 혜경궁 김씨 계정 주인을 허위사실 유포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한 직후의 일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다음 아이디는 트위터 계정 논란과 무관한 일인데 경찰이 본질과 무관한 개인정보와 수사상황을 언론에 흘려서 수사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애초 혜경궁 김씨 계정 주인을 추적하기 위해 미국 트위터 본사에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트위터 측에선 개인정보보호를 근거로 계정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김씨 측에서도 지난 4월 이미 트위터 측에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씨의 계정이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서를 보냈지만 결국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김씨의 변호인인 나승철 변호사는 “김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의 소유주라면 우리가 왜 트위터에 확인 요청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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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와 김씨 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경찰 수사기록과 그간 드러난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 만료일인 다음달 13일 이전에 김씨를 기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은 수사 기간 동안 검찰은 김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 지사는 “(부인 휴대전화를) 선거 때 쓰고 폐기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이 휴대전화가 어딘가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이 지사는 김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 주인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정황 증거를 모으고 있다. 이 지사는 21일 페이스북에 “(혜경궁 김씨) 트위터는 김혜경이 아닌 증거를 또 찾았다”고 주장했다. 2016년 12월 18일 오후 6시 37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엔 장문의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이 시간엔 김씨가 어머니 생일잔치에 참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트위터를 할 수 없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논란이 되는 혜경궁 김씨 사건의 경우 이 지사의 부인인 김씨에 국한된 사건이다. 만일 재판을 통해 김씨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도 남편의 지사직 유지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수사 중인 ‘친형 강제입원 의혹’ 등 3가지 사건에 대해선 이 지사 본인이 피의자로 지목된 상태다. 현재 검찰은 ▶친형(고 이재선씨) 강제입원 ▶검사 사칭 ▶성남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등 3건의 의혹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지사직을 상실한다. 이 지사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할 예정이다.

검찰은 특히 친형 강제입원 의혹의 경우 이 지사의 직권남용 혐의가 짙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2012년 보건소장 등 성남시 소속 공무원들을 동원해 친형을 강제 입원시킨 사건이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 의혹에 대해 “경찰이 무지몽매한 순환 논리로 직권남용죄라 하고 그에 맞춰 사건을 조작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정진우 기자, 수원=최모란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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