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당하는 경찰 안 돕고 촬영만…英 발칵 "그러다간 범죄자 다 놓친다"

중앙일보

입력

런던 남부에서 경찰관들이 남성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동안 돕지 않고 촬영만 해 SNS에 올린 영상이 공개되자 영국이 충격에 빠졌다.

런던 남부에서 경찰관들이 남성들에게 폭행을 당하는 동안 돕지 않고 촬영만 해 SNS에 올린 영상이 공개되자 영국이 충격에 빠졌다.

 영국 런던 남부에서 경찰관 두 명이 흑인 남성 두 명으로부터 발로 차이고 머리를 가격당하는 등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됐다. 오토바이 헬멧을 쓴 남성 한 명이 지나가다 경찰을 도왔을 뿐 영상을 촬영한 이를 비롯해 인근 차량 운전자 등은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자 런던 경찰연맹의 리더가 “대중이 경찰관을 돕지 않는다면 폭력적인 용의자들을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런던 남부서 경찰관 머리 발로 차는 등 폭행 #차 안서 찍어 SNS 게재…제목에 "Lol"까지 #일반인 한 명 빼고 지나가는 차량도 모른척 #경찰연맹 "이래도 좋다면 위험한 상황 올 것"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경찰관들과 남성 두 명의 몸싸움은 주차된 차량 쪽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도로 한복판에서흰색트레이닝복 차림의 남성이 경찰관 한 명을 땅에 넘어뜨린 후 끌고 다니며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행했다. 여성으로 보이는 다른 경찰관이 구하려 하지만 그 역시 공격을 당한다. 회색 옷을 입은 남성은 이 여성 경찰관을 발로 차 넘어뜨렸는데 버스가 다가오는 방향이었다.

 이 영상은 트위터에서 13만여 회 조회됐는데, 제목에 ‘런던 남부에서 밤에'라는 문구와 함께 웃음을 표기하는 인터넷 용어인 ‘Lol’을 담았다. 이 영상을 찍은 이는 경찰관이 폭행당하는 것을 촬영하기만 할 뿐 돕지 않았다. 영상에선 “이거 봐라. 모두 싸우고 있다. 세상에 여성(경찰관)의 머리를 발로 찼다. 지금 모든 것을 찍고 있다.”고 말한다. 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나가는 것도 찍혔다.

 구타를 당하던 경찰관들이 흰옷 차림의 가해 남성을 결국 체포하자 영상 촬영자는 “한 명을 체포했다"고 말한다. 20세의 이 남성을 기소한 경찰은 달아난 용의자를 추적 중이다.

 이런 내용의 영상이 공개되자 영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최근 런던 쇼핑 거리에서 한국인 여성 유학생이 흑인과 백인 10대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을 때도 주변에 있던 수많은 사람은 돕지 않고 휴대전화로 촬영하기에 바빴다. 이런 경향이 경찰관이 폭행당하는 상황에도 고스란히 반복된 것이다.

 해당 영상과 관련해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연맹의 리더 켄 마쉬는 “경찰은 폭행을 당하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만약 우리가 지원받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폭력적인 용의자들이 검거되지 못할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그는 “경찰관들은 고도의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갑자기 경찰을 돕기 위해 뛰어들라는 것을 요구하는 의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마쉬는 특히 경찰관이 폭행당하는 것을 찍으며 조롱하는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대중이 경찰관을 그냥 지켜보면서 촬영하고 조롱하는 게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사회가 너무 많이 바뀌면서 그렇게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언젠가 경찰관들에게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판단한 뒤 용의자를 억류할 수 없다고 여겨지면 그냥 가게 놔두라’는 메시지가 전달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 중인 경찰을 공격하는 행위는 최대 6개월의 구금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경찰관에 대한 공격은 2만6000여 건 발생했다. 런던 경찰청의 스티브 하우스 치안정감은 “경찰관은 안전 장비를 지급 받지만 일반인들은 그렇지 않다"며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려운 체포를 도와주면 모든 경찰관이감사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