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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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졸업과 입학 시즌이면 더 요란하게 확인되듯이 이제 어느 집이나 카메라 한대 쯤은 지니고 있다. 해외 여행 자유화 바람을 타고 사진의 소비량 또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사진술의 제2의 혁명이라고도 하는 아마추어용 카메라를 코닥사에서 선 보인지 딱 1백년째가 된다. 때로는 족보 못지 않게 소중히 모셔지는 「가족 앨범」의 나이도 그와 엇비슷하다.
사진은 막대한 시장성 때문에 기업에서 눈독을 들이는 대상이다. 일상을 기념해주고 역사를 증언할 뿐 아니라 예술적인 매혹까지 곁들인 이런 다용도 「상품」은 달리 찾아보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스트먼 코닥사는 미국 내에서 순수익 10위권을 유지하는 가장 수지맞는 기업의 하나로 손꼽힌다. 생산해내는 품목도 1만6천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이 다국적 문화 산업은 농산물의 경우처럼 해당국 소비자들에게 별다른 저항감을 주지도 않는다는 전략적 비결까지 갖추고 있다. 저항이라니! 하염없는 선망의 대상일 뿐이다.
공업 단지 부근의 카메라 대여 업소들이 목하 성업중인 것을 보면 「초상」이나, 「기념」이나, 「추억」 사진에 대한 욕구는 소득 수준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강렬한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 아울러 일본의 카메라가 세계 시장을 석권한 데에는 우리 여공들의 피땀이 있었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면 입맛이 쓸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어느 특정의 다국적 기업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엄청난 필름 소비하며, 각종의 영상산업으로 이익을 거두어간 만큼 개선해야 할 것도 많고 또 때도 되었다.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품목도 그렇지만 세계 시장에 내놓은 지 여러 해 지난 것들을 포함하며 제품 공급에 다른 나라들과 차등을 두어서야 말이 아닌 것이다 (사진은 원고로 쓰이는 만큼 국내 인쇄와 출판 문화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이 점은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 특히 코닥 크롬필름의 경우가 한 보기이듯이).
더구나 사진 산업은 제조업일 뿐 아니라 현상·인화·판매 등의 서비스업에도 해당되기 때문에 유럽에서처럼 발송함까지 설치하지는 못하더라도 구멍가게 창구에까지 뻗어나간 시장들의 제품 관리 상태가 어떤 지경인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재고해야 하지 않을까?
전문적 기술이 요구되는 대중 매체일수록 고객을 기만하지 않아야 한다. 사진처럼 여러 단계의 기술적 과정을 거쳐서 소비되는 상품은 더욱 그렇다.
45분 컬러 현상소의 경우 자주 목격되듯이 명백한 처리 과정의 잘못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수가 있다. 흔히 고객들은 솜씨 없는 탓이나 싸구려 카메라 탓으로 받아들이고자 하지만 말이다.
인류 사상 처음으로 본격적인 대중 지향의 매체를 표방하며 성장해왔던 사진은 아직도 그 방향성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앨범 속에 「가족사」를 기념하면서 최소한의 미적 활동에 참여할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저임」의 노동자들은 여전히 많고, 카메라는 아직도 「고가」인 것이다. <미술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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