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실업자, 소방관까지 노조가입 허용" 권고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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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해 온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가 1차 논의 결과를 내놨다. 노사 간에 입장차가 커서 합의는 하지 못하고 공익위원의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공익위원안'을 내는 형식을 빌려서다. ILO 핵심 협약 중 제87호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비준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다. 1차 논의에서는 노동계의 요구를 주로 다뤘다. 2차 논의는 내년 1월 말까지 경영계가 요구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박수근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 위원회 위원장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1단계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박수근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 위원회 위원장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1단계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1차 논의에 따른 공익위원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세 가지다. 우선 해고자와 실업자에게도 노조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권고다. ILO 협약 제87호의 제2조(단체 가입 권리와 자유 확보)과 관련된 사안이다.

경사노위, ILO 협약 비준 관련 1차 공익안 내 놔 #실업자와 해고자도 노조 가입 허용하라고 권고 #경영계, "임금도 안 받는 사람과 노사협상?" #소방공무원과 5급 이상 간부 공무원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도 늘리는 방향으로 권고

노동계는 "누구나 노조에 가입해 노동자로서의 입장을 밝히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영계는 "회사가 임금을 주지 않고, 근로 지휘도 하지 않는 외부인과 회사 직원의 근로조건을 논의하고,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자칫하면 해고자나 실업자의 복직이나 채용 문제로 확대될 우려도 제기한다. 이 때문에 공익위원은 "비종업원인 조합원의 기업 내 조합활동이 기업의 효율적인 운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단서 내용 자체가 모호해 향후 법제와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공익위원은 공무원의 노조 가입범위도 넓히도록 권고했다. 현재는 6급 이하 공직자만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 간부는 인사권이나 지휘권이 있어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공익위원은 5급 이상 간부에게도 노조 가입의 문을 열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소방공무원도 노조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소방공무원이 파업하면 화재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일 수 있다. 공익위원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공익위원은 이와함께 노조 전임자를 확대하도록 했다. 현재는 기업 규모별로 노조 전임자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노조 간부의 활동시간을 정하는 방식(근로시간면제제도)을 사용해서다. 공익위원은 이 활동시간을 중립기관에서 노사가 논의해 늘리도록 권했다.

이번 공익위원안은 내년 1월 말까지로 예정된 2차 논의가 끝나고, 1·2차 논의를 종합한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져야 빛을 발할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노동계의 요구만 다룬 1차 논의 결과는 아무 의미가 없다"며 "협약을 비준하려면 경영계가 요구한 대체근로 허용과 같은 2차 논의 의제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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