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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수비 집중력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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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패색이 짙어지자 아드보카트 감독(맨 왼쪽)과 코칭 스태프들이 착잡한 표정으로 관전하고 있다. [에딘버러=연합뉴스]

한국은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미드필드에서 팽팽한 싸움을 전개했다. 한국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선봉에 섰고, 가나는 마이클 에시엔(첼시)이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휘젓고 다녔다.

전반 20분을 넘어가면서 주도권을 가나가 쥐었다. 아프리카 특유의 현란한 개인기와 에시엔의 칼날 패스에 한국 수비진은 크게 흔들렸다. 전반을 0-1로 뒤진 한국은 후반 안정환을 빼고 조재진을 투입했다. 후반 6분 이을용의 동점골이 터졌으나 18분 문타리가 헤딩슛, 또다시 가나가 앞서갔다. 수비수 중 최장신(1m85cm)인 김진규가 부상으로 김상식과 교체되면서 높이에서 열세가 드러난 결과였다. 한국 수비는 36분 기안과 에시엔의 2대1 패스에 속수무책으로 뚫려 세 번째 골마저 내줬다.

2일 노르웨이와의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로 걱정을 낳았던 대표팀은 가나전에서도 속시원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가나전에는 노르웨이전에 빠졌던 박지성과 이을용.김남일(후반 교체)이 모두 출전했으나 전반적으로 가나에 밀렸다.

수비 불안은 여전했다. 최종 라인의 지휘자인 최진철이 빠지고 김영철이 투입돼 차질이 예상되긴 했지만 수비수 간의 협력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첫 골 페널티킥 상황도 김진규의 어설픈 핸들링에 의한 것이었고, 두 번째 골은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쳐 편안하게 헤딩슛을 하도록 내버려뒀다. 수비진의 실수와 상대 개인기에 당해 두세 차례 노마크 찬스를 허용하기도 했다. 수비수는 선발로 출전할 선수들이 꾸준히 경기에 나와 손발을 맞춰봐야 하는데 왼쪽 윙백 이영표와 중앙수비 김진규를 제외하고는 계속 여러 선수가 평가전에서 들락날락했다. 상대의 개인기에 수비수 두세 명이 한꺼번에 뚫리는 경우가 있었고, 지역 방어를 하다가 상대에게 슈팅 기회를 줄 경우 곧바로 맨투맨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이 장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공격진의 경우 안정환의 움직임 폭이 좁아 중앙에서 고립되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이을용의 중거리슛으로 한 골은 넣었지만 작전에 의한 공격수들의 득점은 없었다. 공격은 프리킥.코너킥 등 세트 피스를 다듬어야 한다. 프랑스.스위스 등 수비가 탄탄한 팀을 상대로 골을 넣는 데는 세트 피스만 한 게 없다. 대표팀은 글래스고에 온 이후 모든 훈련을 공개했지만 세트 피스 훈련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독일에서 남은 일주일간은 수비 라인의 정비가 시급하다. 토고전에 선발로 출전할 선수들이 자체 연습경기를 통해 계속 호흡을 맞춰야 한다. 미드필드진은 주전의 공백에 대비해 후보 선수의 전술 적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교체 멤버가 투입됐을 때 중원에서의 주도권을 뺏기는 것은 전체 경기를 좌우하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회복하는 게 우선 과제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마지막 공식 경기에서의 부진이 오히려 팀 내 문제점을 발견하고, 선수들의 정신력을 자극할 수 있는 '쓴 약'이 될 수도 있다.

애든버러=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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