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오빠 캐디로 트라우마 극복...LPGA 통산 10승 채운 톰슨

중앙일보

입력

19일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친오빠인 캐디와 함께 걸어가며 웃는 렉시 톰슨(오른쪽). [AFP=연합뉴스]

19일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친오빠인 캐디와 함께 걸어가며 웃는 렉시 톰슨(오른쪽). [AFP=연합뉴스]

 절치부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정상에 오른 렉시 톰슨(23·미국)에게 어울리는 단어다.

19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18번 홀 마지막 퍼트를 넣은 톰슨은 비로소 환하게 웃으면서 대회를 마쳤다. 웃을 일보다 표정 굳을 일이 더 많았던 그에겐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대회 내내 선두를 지켜 합계 18언더파로 2위 넬리 코르다(미국·14언더파)에 4타 앞선 톰슨은 '와이어 투 와이어' 정상에 올랐다. 그의 LPGA 투어 통산 10번째 우승이자, 지난해 9월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이후 1년 2개월만의 우승이었다.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렉시 톰슨. [AFP=연합뉴스]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렉시 톰슨. [AFP=연합뉴스]

올 시즌 톰슨 개인적으론 다사다난했다. 대회엔 19개 나서 톱10엔 6번만 올랐다. 지난해 2승을 거두면서 CME 글로브 포인트와 최저타수 부문 1위, 상금 3위 등에 올랐던 것과는 대조됐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지난 8월 시즌 네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 출전하지 않았다. 당시 그는 "지난 1년 반동안 내게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엄청난 댓가를 치렀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뒤늦게 벌타를 부과받고 역전 우승을 내줬던 충격이 싹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휴식기를 갖고 지난 9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섰지만 컷 탈락했다.

톰슨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캐디를 바꾸는 강수까지 뒀다. 지난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톰슨은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60cm 파 퍼트를 놓쳐 우승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이 날아갔다.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위해 톰슨이 선택한 캐디는 친오빠 커티스였다. 톰슨보다 3살 많은 커티스는 미국프로골프(PGA) 2부 웹닷컴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오빠의 도움을 받으면서 톰슨은 아예 대회 첫날부터 훌쩍 앞서나갔다. 1라운드 7언더파, 2라운드 5언더파 등 1~2라운드를 치르면서 단 한 개의 보기도 기록하지 않았다. 2013년 이후 매년 1승 이상 거두다 '무관'으로 끝날 뻔 했던 톰슨에겐 가치있는 우승일 수밖에 없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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