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권 다툼 조계종…중앙 종회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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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불교 조계종 89년도 정기 중앙 종회가 3일부터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다.
이번 종회는 조계종단의 내분이 심화되어 조계사와 봉은사에 두개의 총무원이 생겨나고 잇따른 폭력적 사찰 분규로 불교의 위상이 크게 실추된 가운데 소집되었다. 그래서 불교인들은 불교 조계종의 최고 의결 기구인 중앙 종회가 과연 이 같은 사태를 해결할 의지와 지혜를 가지고 있는가에 큰 관심을 갖고 따가운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 종회는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서의현 총무원장이 이끄는 집행부의 신임을 묻고 서 총무원장과 대립하여 또 하나의 총무원을 만들었던 변밀운봉은사 주지 등 분규 대상자들의 징계 문제 등을 중대 안건으로 채택, 다루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총무원장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는 안건의 상정은 확실시된다. 그것은 서 총무원장 체제가 원인이야 어쨌건 결과적으론 인사 조치 등을 통해 조계종단을 내분 상태로 몰아넣은데 대한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여론이 높고 거기에 더하여 최근의 「총무원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밝혀졌듯이 법리상의 현 종헌 해석으로는 서 집행부는 새 총무원이 구성될 때까지의 과도적 집행부라는 해석도 나왔기 때문이다.
불교 정화의 목소리는 종단 내·외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동국대 출신 승려들의 모임인 석림회는 종회 기간 동안 조계사 대웅전에서 법회를 갖고 종회 의원들의 결단과 각성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미 지난달 성명을 통해 분규 대상자인 조계사·봉은사 총무원 관계자의 퇴진을 요구했었다.
지난달 25일에는 경남 양산 통도사에시 전국 승려 대회가 열렸다. 종단 원로·중진과 특히 수행에 힘쓰는 선방수좌들이 참여한 전국 승려 대회는 『불교계의 비참한 현실을 참회하고 지난해부터 야기된 종단 분규 사태를 즉각, 수습하여 새 불교 건설에 매진하자』고 촉구했다.
승려 대회는 이 땅에 전래된 이래 오늘같이 불교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예가 일찍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종단 지도부와 종회 의원들은 무엇이 두려운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규탄하고 『더 이상 종단에 폭력과 금력이 횡행하지 않도록 모두가 주인 노릇을 좀더 확실히 하자』고 다짐했다. 전국 승려 대회는 ▲아집과 그릇된 종권욕으로 불교 위상을 실추시킨 당사자들을 정법 수호의 차원에서 엄단하고 ▲분규 당사자인 조계사 총무원과 봉은사 총무원을 사부대중의 협력을 받아 승려 대회의 이름으로 접수한다는 등 초강경 결의를 하기도 했다.
전국 승려 대회는 수산·법정 등 49인으로 「대한 불교 조계종 수습 대책 위원회」를 구성, 활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신도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정풍회」도 지난해부터 일부 승려들의 부패·타락상을 규탄하고 사찰 운영에 신도들도 참여해 불교를 정화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종단 내부·신도들의 움직임은 종회에도 영향을 미쳐 일부 초선 종회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종단 정화·제도 개혁을 위한 의견을 모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종회를 앞두고 종단 일각에서는 ▲서 총무원장이 불교 방송국 등 몇가지 불교계 현안 문제를 해결한 후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분규를 야기한 승려를 처벌하는 한편, 부당하게 피해를 본 분규 관련자를 복권시키는 선에서 화합을 모색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제 그 같은 미봉책으로는 안되고 근본적인 변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다.
종권 분규로 종단 행정이 마비되다시피 하여 불교 본래의 사회적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이제 더 이상 재산 다툼으로 타락상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종단적 「위기 의식」이 점차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어가고 있다.
이번 중앙 종회에 참석할 종회 의원들은 내·외의·주시 속에 불교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됐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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