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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에 골치 앓는 중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들어 중국의 공안 당국은 젊은 여성을 상대로 장래가 보장된 직업 알선과 결혼을 빙자, 납치·유괴를 일삼는 전문 인신 매매 조직의 등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중국 사회가 경제 개방에 따른 물질주의의 팽배와 사회적 이동의 증가, 그리고 사회통제의 이완에 따른 전통적인 유교주의가 퇴조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월 상해 대학의 여대생이 방학을 맞아 시골로 졸업 논문을 준비하러 가다가 전문인신 매매 조직에 의해 2천4백80원 (중국 인민 화폐, 미화 6백67달러)에 팔려 강간당한 후 상해 공안 당국에 구출되었다. 이 여대생을 산 「공창엔」(30)이라는 농촌 총각은 전문 인신 매매 조직의 결혼 중매에 속아 결국 강간 혐의로 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보내졌다.
이와 같은 여성을 상대로 한 인신 매매는 이제 중국에서 큰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귀주·강서·하남·섬서, 그리고 산동과 같은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있는 가난한 농촌 지역에서 특히 심하다. 중국 공안 당국에 따르면 85년 한 시골에서는 1백31명의 여성이 불법적으로 인신 매매 되었으며 86년엔 3백28명으로 늘었다.
또한 하남성의 법원도 형양시에서 84년부터 87년3월까지 8백99명의 여성이 인신 매매되었다고 밝히고 있고 귀주 지방 법원에는 86년10월부터 87년1월까지 87건의 인신 매매 고발이 있었다.
여성들은 도시의 길거리나 철도와 같은 곳에서 강제로 납치된 경우도 많지만 전문 인신 매매 조직이 제시하는 전망이 좋은 직업 알선이나 결혼과 같은 유혹에 빠져서 당한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그들이 현재 처한 절망적인 가난도 인신 매매 조직에 쉽게 빠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이 문맹이거나 법적으로 결혼 연령 이하다. 호남성의 동구 지방으로부터 유괴된 3백55명의 여성들은 14세 이하가 15명, 14세부터 19세 사이가 1백42명, 결혼한 여성도 전체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전문 사기단은 대부분 전국적인 연락망을 갖추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수입도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형양의 보고서에 따르면 2백∼3백원의 여성 평균 인신 매매 대금이 최근 5년 동안 3천∼4천원으로 뛰었다.
산동에 사는 「왕·밍리안」이라는 인신 매매 사범은 지난 한해동안 28명의 여성을 거래해 3만원을 벌었다.
중국에서는 인신 매매 사범에 대해서 5년형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 법규만으로는 인신 매매를 근절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인신 매매를 하다가 잡힌 한 범죄자는 『그것은 자본이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상당한 수익이 남는 장사다.
만일 감옥에서 몇년 살더라도 그 일은 해볼 만 하다』고 말하고 있다.
「다이」라는 인신 매매 사범도 지난해 16명의 여성을 팔아 3만1천3백원을 벌고 구속되었는데 3년형 밖에 받지 않았다.
그러므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인신 매매 조직의 등장은 관련 법규 형량의 가벼움과 함께 관리들의 협조 미비,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물질주의의 팽배와 활발한 사회적 이동, 그리고 유교 전통의 이완에 따른 사회 통제력의 해이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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