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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경제를 살리는 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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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시」미대통령은 이번 방한 때 미국의 시장개방에 상응하여 한국도 시장을 더 개방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시장개방 압력은 이미 예상되던 일이며「부시」의 방한으로 박차가 가해질 것도 짐작되는 일이었다.
그간의 공업화정책에서 소외됐던 농민들이 농정에 대한 불신을 폭발시켜 수세폐지운동·고추수매요구 등을 과격한 방법으로 전개하는 터에 농수산물의 수입까지 확대해 나가야할 형편이기 때문에 농업·농촌문제는 경제·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등장했다.
우리 경제는 지난20여 년 간 수출주도의 산업화 정책을 추진해온 결과 개도국의 선두주자로 부상할 만큼 괄목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업화정책이 불가피한 선택이라 해도 저농산물가격정책, 공업생산치중정책 등으로 농민들이 상대적으로 희생을 감수해온게 사실이다. 여기에 대외통상마찰에 따른 시장개방 압력으로 농업구조조정이라는 견디기 어려운 고비를 넘겨야하는 것이 요즈음 농촌현실이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농촌 경제연구원이 27일 농수산물 개방에 관련된 토론회를 열어 농업·농촌문제에 대한 중지를 모아본 것은 시의적절했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농수산물 시장을 개방하더라도 개방수준과 개방품목을 사전에 농민들에게 예시해 사전 대응할 시간을 주고, 개방계획을 농업구조 조정과 연계시켜 전반적인 중장기 농어촌발전 방향 속에서 수입개방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석자들은 또 생산성·경쟁력이 약한 품목은 작목 전환을 유도하되 감산·폐경·작목대체에 필요한 경비를 정부가 지원하며, 전업을 희망하는 영세농가에 대해서는 교육비·의료비지원, 전업훈련 등 사회보장적 보완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무역제도 개선을 통해 슬라이딩관세 등의 도입과 위생·품질검사제도를 강화, 수입문호는 열더라도 비관세방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일본 등의 선례로 봐서도 검토가 필요한 사항들이다.
그러나 보완대책의 재원마련을 위해 수출 부과금 등을 신설하는 방안은 또 다른 무역마찰의 소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현실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농수산물 시장개방은 전체 국민경제차원이나 장기적 농업구조조정 방향에서 불가피함은 여러 차례 지적된 일로 이를 재 논할 생각은 없다. 이제 필요한 일은 농촌·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시행하는 것으로 정부도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바람직한 의견 등을 정책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점에서 이번 토론회에 재야·농민단체들이 참석에 불응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외면만이 아닌 참여와 적극적인 의견개진은 우리사회의 민주화달성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믿어지는 것이다.
농협·농촌문제를 해결하는데는 국민 모두가 애정이 담긴 시각으로 이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개방은 불가피하더라도 농촌에 상처를 안주는 방향으로 해결방법을 찾아야된다는 것이 농수산물 시장개방을 보는 우리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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