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던 양진호, 관상가·목사에게 홀려 침향 박물관 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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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뉴스1]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뉴스1]

직원 폭행과 마약, 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자신에게 대통령이 된다고 한 관상가 말을 믿고 상류층에 진입하기 위해 침향 수집 박물관을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진실탐사그룹 셜록 박상규 기자는 이 박물관장의 아들이 양 회장 회사에서 일하며 대마초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양진호에 안 좋은 영향 준 두 성직자”

박 기자는 14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양 회장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 두 성직자가 있다”며 “한 분은 목사고 한 분은 관상을 본 스님”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 회장은 정말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던 분이다. 사업가로서 과연 성공할 것인가 굉장히 불안해했는데, 두 성직자가 양 회장을 많이 홀렸다”며 “지금도 목회 활동을 하는 한 목사는 양 회장에게 ‘당신은 돈을 벌 것’이라고 예언하고, 교회에서 신도들과 기도회까지 열었다”고 밝혔다.

또 승복을 입고 다니는 관상가는 양 회장에게 ‘대통령이 될 상’이라고 말한 후 회사의 임원회의까지 들어갔다고 한다. 박 기자는 “여직원 관상을 보게 했는데, 이 스님이 치욕스럽게 느낄 성희롱 발언을 했다”며 “이후 그가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묻어둔 금괴를 찾으러 간다고 해 양 회장이 직원 두 명까지 붙여줬다. 양 회장은 관상가 말을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침향 수집 박물관 통해 상류층 진입 시도”

박 기자는 또 “양 회장은 대통령이 꿈이기에 사회 상류층으로 진입하기 위해 침향을 수집하는 박물관을 이용하려고 시도했다”며 “박물관장의 아들 정모씨가 언젠가부터 양 회장 회사에 입사해 일하고 있고, 그분이 대마초를 공급했던 당사자”라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지난 12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7명을 형사 입건했다. 이들은 2015년 10월쯤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양 회장과 대마초를 나눠 피운 혐의를 받는다.

침향은 용연향, 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꼽히며 1g당 2만 달러(약 2200만원)를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기자는 “박물관 관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전직 대통령들이 이 박물관을 많이 찾았고, 기업가 등이 우리 박물관에 와서 침향에 관심을 보였다는 말을 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 회장이 이 박물관에서 수억 원의 침향, 보이차 등을 샀다. 정당한 물품거래인지 뇌물인지에 대해서는 경찰이 아주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대마의 루트 등 어느 선까지 수사가 확대되느냐에 따라서 상당히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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