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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대 ~ 한민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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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2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앞에서 열린 거리응원에서 이운재, 박지성, 아드보카트 감독(왼쪽부터)을 형상화한 캐릭터들이 꼭짓점 댄스를 추고 있다. [뉴시스]

독일 월드컵 한국과 프랑스전이 열리는 19일 목판재 생산업체인 동화 홀딩스는 전무후무한 '4-2제 근무'를 시행한다. 희망자에 한해 오전 3시50분까지 회사 강당에 모여 4시부터 경기를 함께 응원한 뒤 경기가 끝난 오전 6시 일을 시작해 오후 2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물론 한국 대표팀이 조별 리그 첫 번째 경기인 13일 토고전에서 승리했을 경우다. 프랑스전 결과가 좋다면 24일 스위스전에도 시행한다.

"월드컵 기간 중 들뜬 분위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막고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는 게 4-2제 시행에 대한 회사 측 설명이다.이 회사는 지난해 최우수사원.우수사원 16명에게 독일 현장에서 토고전을 관전할 수 있도록 포상휴가도 보내준다.

7시간 시차로 인해 2002년과 달리 늦은 밤이나 새벽에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환경이 월드컵 응원문화를 바꾸고 있다. 2002년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대표되는 길거리 응원이나 경기장 주변 응원이 대세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월드컵 응원문화와 장소가 다양해지고 있다. '복작거리고 더운' 광장을 피해 동아리나 소모임 단위로 밤샘 영업하는 카페나 음식점을 빌려 응원하는가 하면, 월드컵 경기장들이 응원장소로 제공된다. 24시간 가동하는 제조업체들은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응원에 나선다.

3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다음 카페 '바보들이 만드는 세상'은 13일 토고전은 물론 24일 스위스전을 홍익대 부근 카페를 통째로 빌려 함께 응원하기로 했다. 카페 운영자 신주희씨는 "함께 응원은 하고 싶은데 경기가 새벽에 열리다 보니 편안한 밤샘 응원 장소를 고르기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등단 시인들의 축구 모임인 '글발'도 13일 홍대 앞 카페를 전세내 토고전을 응원할 계획이다. 신씨는 "홍대 앞에는 월드컵 응원을 위한 장소 예약을 받는다는 안내문을 붙인 업소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열리지 않는 월드컵경기장,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극장들도 응원장소로 제공된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과 제주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한국 조별 리그 경기 공동응원이 펼쳐진다. CGV는 전국 33개 영화관의 243개 스크린을 한국 대표팀의 조별 리그 경기를 위해 개방하기로 했다. 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무료영화를 상영한 뒤 곧이어 한국 경기를 중계한다. 심지어 교회까지 응원장소로 제공된다. 서울 행당동의 M교회는 지역 주민들에게 예배당을 개방, 공동 응원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경기가 새벽에 열리면서 호텔이나 펜션 등을 빌려 가족단위로 응원하려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랜드 힐튼호텔과 메이필드호텔도 월드컵 숙박상품을 준비 중이고, 설악산 켄싱턴 스타호텔은 박지성.송종국의 사인과 유니폼 등으로 꾸민 '테마 룸'을 준비했다. 그렇다고 거리 응원의 성지 서울광장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SK텔레콤의 월드컵 TF팀 임성진 부장은 "프랑스전.스위스전의 경우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등에 3만~4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준봉.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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