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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모네·드가·르누아르·피카소·루오·클레…한꺼번에 본다, 한국 땅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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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클로드 모네가 1908년에 그린 '베니스의 팔라조 듀칼레'. 베니스의 역사적 건물인 총독관저가 빛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을 물에 비친 그림자를 강조하며 짧고 강한 색 터치로 묘사했다.

한때 해외여행의 단골 행선지는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이었다. 미술 교과서에서 암기과목처럼 외우던 인상파니 피카소니 하는 서구미술사의 거장들 원작을 본바닥에서 본다는 기쁨이 컸다. 이제는 한국에 앉아서도 다 된다. 해마다 여름.겨울방학 긴 기간에 맞춰 열리는 이른바 '블록 버스터' 기획전시 덕이다. 올 여름용 대형전시는 말 그대로 '별들의 전쟁'. 마네.모네.드가.르누아르 등 인상파의 거장이 단체전으로 선보이고, 파블로 피카소.조르주 루오.파울 클레가 개인전으로 찾아온다.

#빛을 그린 화가들, 인상파 거장전(9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인상주의는 19세기 후반 급변하는 사회상을 배경으로 일어난 서구미술사조의 하나다. 시시각각 빛에 따라 변하는 순간의 인상(印象) 을 그대로 묘사했다. 짧고 불규칙하며 빠른 붓 터치, 작은 색점의 미묘한 분위기, 일상 생활의 사진 같은 기록 등이 특징이다. 대표작가인 클로드 모네(1840~1926)는 기차역이나 수련 등 같은 장소나 소재를 시간대에 따라 여러 번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전시작 87점은 모두 미국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소장품. 마네.모네.드가.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1세대 작가와 그 뒤를 이은 후기 인상주의 작가 세잔.툴루즈 로트레크, 이들과 함께 작품활동을 하다 미국에 인상주의를 소개한 여성화가 메리 캐사트 등의 작품이 나왔다. 특히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휘슬러와 사전트 등 미국 근대미술을 이끈 인상파 작품 43점이 나와 프랑스와 미국 인상주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되고 있다. 02-368-1516.

파리에 유학하며 인상주의자들과 교류한 메리 캐사트는 미국에 인상파를 소개하는 구실을 했다. 1891~92년에 제작한 판화 '화장'. 일본 목판화인 '우키요에'의 영향이 보인다.

#위대한 세기 : 피카소(9월 3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현대미술의 신화다. 80년 작품 생활에 5만 점이 넘는 작품을 남기며 '피카소'란 이름을 세계인 뇌리에 새겼다. 타계 30여 년이 지났어도 경매 최고가 기록을 해마다 경신하고 있지만, 그의 실패를 다루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번 전시에는 청색시대 대표작부터 각 시기를 보여주는 유화 등 140여 점이 한자리에 걸렸다. 02-724-2900. 이와 별도로 6월 4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두가헌)에서 피카소의 소품전이 함께 열린다. 02-734-6111.

#루오-영혼의 자유를 지킨 화가(8월 27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굵은 검은 선, 거친 붓터치, 투박한 묘사 가 그림 특징이었던 조르주 루오(1871~1958)는 예수와 광대를 즐겨 그렸다. 슬픈 얼굴 속에 드러난 인생의 빛이 두 인물을 감싸고 있다. 판화 연작 '그리스도의 수난' '악의 꽃' 등과 작가가 살아있을 때 쓰던 그림 도구 등 유품이 함께 나왔다. 042-602-3200.

#파울 클레 : 눈으로 마음으로(7월 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다재다능했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났던 불행한 화가가 파울 클레(1879~1940)다. 시같은 그림, 음악처럼 흐르는 그림, 꿈에 젖게 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그는 두 번의 세계대전과 나치 독일의 박해를 받아 광기에 찬 시대 속에 절망한 천재였다. 구상과 추상을 오가고 자연과 인간의 이미지를 심오하게 들여다본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02-410-106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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