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민이 뒤집고 김광현이 끝낸 한국시리즈 그 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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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은 연장 13회에 결정됐다.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4로 맞선 13회 초 한동민(29)이 결승 홈런을 쏘아올렸고, 13회 말 김광현(30)이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다. 만약 한동민과 김광현이 없었다면 과연 승부는 어떻게 됐을까.

SK 네 번째 우승 일군 투·타 주역 #한, PO 5차전·KS 6차전서 결승포 #김, 마무리 등판 시속 154㎞ 찍어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에서 SK 와이번스 한동민이 MVP 수상을 축하받고 있다.[뉴스1]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한은행 마이카 KBO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에서 SK 와이번스 한동민이 MVP 수상을 축하받고 있다.[뉴스1]

지난해 둘은 포스트시즌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동민은 왼쪽 발목 인대 파열, 김광현은 왼쪽 팔꿈치 수술로 재활 중이었다. 정규시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간 SK는 NC 다이노스에게 지고 한 경기 만에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가을야구가 허망하게 끝난 걸 지켜본 둘은 “반드시 내년에는 건강하게 복귀해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둘은 다짐을 실천했다.

올해 41홈런을 친 한동민이 주목받은 건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6년 말 돌아온 한동민은 지난해 103경기에 나와 타율 0.294, 29홈런, 73타점으로 활약했다. 키(1m90㎝)에 비해 마른 편이었던 그는 상무 시절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워 당당한 체격(95㎏)으로 변신했다. 비약적으로 좋아진 파워 덕분에 거포로 변신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국인 타자처럼 힘이 좋아 ‘동미니칸’이란 별명도 얻었다.

그래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최정(31)을 넘어서는 건 먼 일처럼 보였다. 최정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13년 연속 두 자릿 수 홈런을 기록했다. 2015년 자유계약선수(FA)로 SK와 4년 총액 86억원에 계약했는데, 당시 FA 역대 최고금액이었다. 올해는 허벅지 부상으로 115경기에 출전했지만 35홈런을 날렸다. 하지만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만큼은 한동민의 한 방이 눈부셨다.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한 한동민은 넥센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타율이 1할대로 부진했다. 마음 고생이 심해 플레이오프 동안 체중이 5㎏이나 줄었다. 한동민은 “드라큘라에게 피를 쪽쪽 빨린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한동민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10회 끝내기 홈런,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13회 결승홈런을 쏘아올렸다. 이 두 방으로 팀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다. 한동민이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결승포를 날렸을 때 순간 시청률은 20.54%(KBS)였다.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결정적 한 방으로 한동민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한동민은 “우승을 TV로만 봤는데 직접 하니까 무척 좋다”며 “(김)광현이 형이 이닝을 마무리하는 걸 보고 외야에서 마운드로 뛰어갔다. 그런데 아무리 달려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 꿈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트로피 앞에서 미소짓고 있는 김광현.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우승트로피 앞에서 미소짓고 있는 김광현. [연합뉴스]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첫 시즌이었던 김광현을 구단은 애지중지 관리했다. 하지만 가을야구가 시작되고 나선 “몸 상태가 안 좋아도 던져야 한다”며 이를 악물었다. 선발등판했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팀이 지자, 본인은 물론 동료들에게 이겨야 할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 금고에 보관하던 우승반지 3개(2007, 08, 10년)를 꺼내왔다.

김광현은 6차전을 앞두고는 “오늘 새 우승반지를 가져가겠다”며 혼신의 투구를 다짐했다. 5-4로 앞선 13회 말, 시속 154㎞짜리 직구를 던져 두산 4번 타자 양의지를 돌려세운 장면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좌완 파이어볼러의 위력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우승 메달을 목에 건 김광현은 “나도 내 공을 믿고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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