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시」파문<본사특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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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악마의 시』의 작가 「샐먼·루시디」는 요즈음 자신에 대해 매우 만족해할 것이다. 독자들로부터 엄청난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10억의 회교신자들은 「루시디」에게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고있다.
작가와 예술가들은 기성권력층인 부르좌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19세기말이나 20세기초에는 그러한 충격을 주기가 쉬웠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운동은 운동자체가 체제의 일부로 흡수되고 체제의 지지자로 바뀌고 있다.
충격을 주려는 노력은 점점 더 타산적이 되어갔고 효과 없는 것으로 변해갔다. 오늘날 충격을 주기 위해 쓰여진 것은 사실 대부분이 체제 동화적인 것이다. 그저 일상적인 글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저작은 기존사회로부터 급진적인 탈출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언어의 과격성마저 기존사화로 진출하는 과정으로 되어가고 있다.
「루시디」는 자신의 출신 배경인 회교사회를 성나게 한 것은 사실이다. 서방국가에서는 작가가 독자들의 무관심이나 다양한 반응에 익숙해 있다.
이러한 서방국가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충격을 받은 것은 자신들을 업신여긴다고 해서 어떤 사람을 죽여버리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종교적인 신념을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아니다. 그러면 표현의 자유 같은 정치적인 가치를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는가. 우스운 일이다.
실제로 이란이 「루시디」를 비난하고 나서자 미국과 영국의 서점가에서 보인 첫번째 반응은 『악마의 시』를 서둘러 회수하는 것이었다. 프랑스와 서독의 출판계는 이 책의 발행에 대해 좀더 생각해 봐야한다는 자성의 움직임이 있었다. 캐나다의 세관당국은 이 책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루시디」자신은 이같은 사태가 잇따르자 성명을 발표하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할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이번 사건이 자신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만약 「루시디」가 자신의 말대로 다른 사람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할 의도가 없었으면 그는 왜 책을 썼는가.
불쌍한 「루시디」는 나머지 여생동안 광신자들의 추적을 받게 될 것이며 암살특공대가 런던을 향해 출발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다. 그는 계속적인 경찰의 보호아래 놓여져야 될 것이며 성형수술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루시디」라면 앞으로 몇 달 동안 카리브해 해수욕장이나 남아프리카에서 휴가나 즐길 것이다. 나는 아파트를 바꿀 것이고 전화번호부에서도 내 이름을 빼버릴 것이다. 나는 콧수염을 기르게 될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호메이니」와 신문 및 독자들도 새로운 센세이션을 찾아 그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것이다.
「루시디」에 대한 협박은 이란 내에서의 권력투쟁의 한 에피소드이며 이 권력투쟁이 끝나면 『악마의 시』에 대한 흥미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루시디」는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도 좋을 것이다.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상이 중요하며 이 사상이 때로는 값비싼 댓가를 치르는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사상은 또 때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따라서 작가는 자신이 쓰는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루시디」는 과연 자신이 쓴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미국과 서유럽의 출판계와 도서업계는 출판과 사상의 자유가 옳다고 믿는가. 이 같은 원칙들이 문제에 부딪칠 때에도 지켜져야 하는가. 종교는 심각한 것인가.
이같은 물음에 대해 미국과 서유럽이 던진 대답은 「아니오」(NO)였다. 【월리엄 파프<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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