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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춤 춘 파트너, 밖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했다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정하임의 콜라텍 사용설명서(26)

내가 춤이 서툴렀을 때 파트너가 춤을 추다 말고 춤은 배운 것이냐며 신경질을 내며 손을 놔 버리는 바람에 부끄럽고 원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사진 pixabay]

내가 춤이 서툴렀을 때 파트너가 춤을 추다 말고 춤은 배운 것이냐며 신경질을 내며 손을 놔 버리는 바람에 부끄럽고 원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사진 pixabay]

내가 콜라텍을 다닌 지 만 5년이 넘었으니 참 많은 사람과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추었다. 콜라텍에도 춤추는 노하우가 있다. 초보 시절에는 실력이 미진하니 나보다 나이가 많이 위인 사람과 춤을 추어야 한다. 초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지 않고 배울 수 있기에 그렇다.일종의 춤추는 단계 노하우다. 처음에는 연세가 많은 분과 잡고 차츰 젊은 사람과 손을 잡아가는 게 좋다. 여자나 남자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젊음의 무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처음 내 손을 잡아 주신 분은 젊은 시절 안기부에 근무했다는 72세 실버였다. 내가 젊고 상냥한 덕에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셨다. 스텝이 맞지 않아 실수해도 처음에는 그렇다며 너그럽게 이해해 주셨다. 한번은 춤 실력이 안 되는데 좀 젊은 측에 드는 사람과 춤을 추게 되었다. 이 파트너는 춤을 추다 말고 내가 초보인 걸 알더니 춤은 배운 것이냐며 신경질을 내며 내 손을 놔 버리는 바람에 얼마나 부끄럽고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

설사 실수를 해도 누구나 올챙이 시절이 있는 법인데 그렇게 무안을 주고 용기를 꺾을 필요가 있었을까? 일종의 선배로서 인격수양이 되지 않았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춤추다 상대가 손을 놓아버리는 거절을 많이 당한다.

왜냐하면 여자는 춤이 서툴러도 남자가 리드하는 대로 움직이기에 남자가 리드를 잘하면 따라갈 수 있는데 남자가 춤을 잘 추지 못할 경우는 리드하지 못하기에 여자 입장에서는 춤 연결이 되지 않아 기분이 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춤을 익히는 기간도 여자는 한 달 정도면 되지만, 남자의 경우는 적어도 3개월은 배워야 여자를 리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을 하더라도 실망하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우리가 운전면허를 따서 처음 핸들을 잡았을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운전을 시작하고 접촉 사고가 나면 다시는 운전대를 잡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실기 T자 코스만 10번을 낙방하고 겨우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접촉 사고 후 두려움에 1년 정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격려 속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중앙포토]

실기 T자 코스만 10번을 낙방하고 겨우 운전면허를 취득했지만 접촉 사고 후 두려움에 1년 정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 격려 속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중앙포토]

나는 운전면허를 얼마나 힘들게 취득했는지 모른다. 필기는 한 문제 틀리고 주행은 한 번에 통과했지만 실기 T자 코스는 10번을 낙방하고 겨우 합격했다. 합격했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한국 3대 신문에 내고 싶었다.

이렇게 어렵게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시내 연수 30시간을 마치고 첫 핸들을 잡고 가다 버스와 접촉 사고를 낸 후 두려움에 1년 동안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주변 사람 격려 속에 다시 시작하여 지금은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었다.

춤 역시 상대로부터 무시를 당하면 다시는 춤추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래서 초보 시절에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분을 선택해 춤을 익혀나가고 춤 실력이 좋아지면 차츰차츰 젊은 사람으로 나이를 낮춰가야 한다.

콜라텍에서는 춤 잘 추는 사람은 나이가 많아도 항상 젊은 파트너하고만 춤을 춘다. 솔직히 젊은 사람과 춤을 추면 사람의 향기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젊어지는 기운을 받는다. 그래서 선수들은 항상 젊은 사람만 찾는다. 나는 부킹해주는 사람과 춤을 추는 타입이지 고르지 않는 편이어서 나이, 키, 외모에 신경 쓰지 않고 아무나 손을 잡아준다.

내가 춤이 되자 부킹하는 사람이 날 좋게 보았는지 춤 잘 추는 파트너만 연결해줬다. 주말에만 파트너 없이 혼자 와서 운동하는 게 소개해주기 딱 좋은 여자였다. 부킹 덕분에 내 춤 실력은 날개 단 듯 일취월장 나날이 발전했다.

콜라텍에서 만난 사람은 그 안에서만 이야기하고 눈인사하고 지내야 한다. 밖에서 만나면 인사도 말고 눈짓으로 아는 체도 하지 않는 게 예의다. 특히 과거 춤 파트너는 더욱 모른 체 하는 것이 예의다. [사진 pixabay]

콜라텍에서 만난 사람은 그 안에서만 이야기하고 눈인사하고 지내야 한다. 밖에서 만나면 인사도 말고 눈짓으로 아는 체도 하지 않는 게 예의다. 특히 과거 춤 파트너는 더욱 모른 체 하는 것이 예의다. [사진 pixabay]

나와 파트너가 된 사람도 부지기수였고 나를 아는 사람도 차츰 많아졌다. 나와 춤을 춘 사람은 모두 기억했다. 또 콜라텍을 이곳저곳 옮겨 다니지 않고 한 곳만 다니기에 콜라텍에 오는 사람들 얼굴은 거의 익힌 상태다. 콜라텍도 연어처럼 귀소 본능이랄까? 처음 발 들여 놓은 곳에만 다니게 된다. 왠지 친숙한 얼굴들을 보면 마음이 푸근하고 친정에 온 듯 마음이 편하다. 낯선 곳에 가면 전학 온 학생처럼 마음 둘 곳이 없어 불편하다.

콜라텍의 법칙이랄까? 콜라텍에서 만난 사람은 그 안에서만 이야기하고 눈인사하고 지내야 한다. 절대 밖에서 만나면 인사도 말도 눈짓으로 아는 체도 하지 않는 게 예의다. 특히 과거 나와 춤 파트너 했던 사람은 더욱 모른 체 해줘야 한다.

하루 만나는 파트너지만 어떤 파트너는 매너 좋고 춤까지 잘 추어 감정 이입이 잘 돼 다시 춤추고 싶은 사람이 있다. 또 어떤 파트너는 처음 춰 보는 춤인데도 춤이 아주 잘 맞아 다시 추고 싶었던 사람도 있다. 즉 호감이 가는 파트너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밖에서 지나가다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처음 본 사람 대하듯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처럼 대해야 한다. 이유는 그 상대가 다른 여성과 같이 있을 수 있기에 괜히 아는 체해서 두 사람 관계를 불편하게 할 수 있고, 둘이 아니라 혼자라고 해도 콜라텍 안이 아닌 바깥에서 만났을 때 아는 체를 해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기에 가급적 운동 차원에서 만난 사람은 운동으로 마쳐야 한다.

과거 일일 파트너가 아는 체해 현재 파트너와 걸어가는데 마치 친한 사람처럼 분위기를 풍겨 상대 여자 파트너에게 불신을 줄 수 있기에 그렇다. 내가 예전에 춤을 추었던 사람인데 모르는 체하면 실례일까 싶어서 인사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세계는 아는 체하지 않는 게 예의다. 처음 본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대하는 거다. 왜냐하면 춤을 춘 파트너는 그날 운동하기 위해 하나의 도구로써 필요한 관계이지 무슨 감정이 있어서 만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하임 콜라텍 코치 chi990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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