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입할 대선 후보 고건 전 총리 의식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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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10시20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그 시간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정 의장이 '선거 패배에 따른 의장직 사퇴'를 밝히는 동안 한 대표는 '선거 승리로 확인된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주장했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신망을 받은 대권 후보를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승리와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개혁세력 대통합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권 후보로는)우선 고건 전 총리를 의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언제든지 받아주는 등 당의 외연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5.31 지방선거는 한 대표의 입지를 180도 바꿔 놓았다. 불과 석 달 전 그는 당내 의원들로부터 '한 대표 중심의 지도 체제를 개편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2월 말 소속 의원들과의 모임에선 "지도 체제 문제는 선거 후 당심을 따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런 한 대표가 이제 정국 변화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을 서부벨트의 '적자'로 만들려 한다. 호남의 확실한 지지도를 근거로 대권 후보와 개혁세력을 흡수하면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의 지렛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민주당의 '대부'로 남고, 킹메이커가 될 수 있다. 그는 "동교동계.상도동계가 모두 몰락한 것처럼 정권을 따라간 쪽은 정권과 함께 끝난다"며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아닌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 세력"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내부 갈등은 잠재해 있다. 선거 막판 한 대표는 고 전 총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의원을 겨냥해 "당내에서 얘기하지 말고 당을 나가 당당히 입장을 밝히라"고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 측은 고 전 총리를 영입하려 한다. 반면 고 전 총리 측은 민주당을 흡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에 대한 재판을 놓고 대법원의 최종심 결과도 당권 경쟁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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