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지방선거의 경제적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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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여당 참패의 경제적인 원인은 그 무엇보다 첫째 무리하게 추진된 각종 개혁정책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집권 이후 현 정부는 부동산과 각종 세제개혁 등의 미시적인 경제개혁을 추구하였으며, 이 밖에도 경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교육 등의 분야에서 야당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도 높은 개혁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정책들은 대부분 국민적인 공감대 없이 추진되었다. 더욱이 이들은 초기에 의도하였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오히려 각종 부작용으로 인한 경기위축만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있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강남 부동산 가격의 안정은 이루지 못한 채 전국적인 건설경기만 죽여 놓았으며, 교육의 경우 공교육의 정상화는 아직 요원한 채로 사교육과 해외유학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인 실책보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경제정책을 비롯한 각종 개혁정책을 추진하였던 집권여당의 태도다. 흔히 오만과 독선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은 정책의 결과보다 그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우선 집권여당은 아무리 경기가 침체되어도 자신들의 전통적인 지지층인 서민과 노동자 계층은 여전히 자신들에게 한 표를 던져줄 것이라고 믿는 오만스러운 태도를 갖고 있었다. 또한 부동산 정책과 세금정책, 교육정책 등으로 재산권에 손해를 보고 상대적인 역차별을 감내해야 했던 계층들에 대하여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설득의 노력도, 그리고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사과도 일절 하지 않는 독선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바로 이러한 자세가 전통적인 지지층을 등 돌리게 하고 보수층의 표를 결집시키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당과 야당이 선거결과에 연연하여 실망과 자축만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정치권에 건전하고 정상적인 경제 활성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 준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보다 규제완화와 기업가들의 기를 살려주는 정책을 통하여 투자 활성화를 도모하여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창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여 새로운 혁신기업들의 탄생을 촉진하여야 하며,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어 공장 설립 등을 용이하게 하여야 한다. 특히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무리한 기부를 유도하는 분위기 역시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지속적인 추진을 통한 시장경제 개혁의 의지를 천명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외국자본에 대한 배타적인 움직임 역시 정부가 앞장서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에서 크게 아쉬웠던 점은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가 아닌 각 당과 출마자들의 이미지에 의한 선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방선거의 속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이며 더욱이 아직 지방선거의 짧은 경험 때문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선진국의 지방선거가 치열한 정책대결로 펼쳐지는 것을 볼 때,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지방선거에 익숙해진 유권자들의 경험으로 볼 때 한국 역시 지방선거에서 정책적인 공방이 주요 이슈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 비록 기우일지 모르나 많은 경제학자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이번 선거결과에 실망한 여당이 내년의 대선을 위하여 대중인기주의적인 정책을 남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행동이 초래된다면 이는 이번 선거결과를 정반대로 해석하는 크나큰 오류가 될 것이다.

이두원 연세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