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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아파트 공급과잉 우려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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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내년 한해 충남 천안시에 아파트 1만1천여가구가 한꺼번에 완공된다.

올 하반기 완공되는 2천여가구를 합치면 시 전체 가구수(14만)의 10%에 가까운 아파트가 1년여 동안 들어서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파트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새로 짓는 아파트 입주에 따른 기존 아파트나 주택의 매물과 전세 물량이 잇따라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부동산 매물 쏟아진다=내년 3월 북부지구 계룡2차를 시작으로 다음달 같은 지역의 서해그랑블.대우5차 및 불당지구의 한성아파트가 연속 입주한다. 한달 후인 5월엔 쌍용동에 1천5백가구의 현대아파트가, 불당동엔 대원아파트 1천가구가 완공되는 등 3~6월 넉달 동안 10개 아파트 단지에 6천여가구가 입주하게 된다.

뒤 이어 하반기엔 불당지구를 중심으로 아파트 5천가구가 완공된다.

천안시가 생긴 이래 아파트 최대 공급량이다.

쌍용동 C부동산 대표는 "내년 북부.불당지역의 아파트 완공으로 천안의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이지만 한꺼번에 쏟아지는 매물로 급격한 값 하락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천안에서 새로 입주한 아파트는 고작 2천2백가구였다. 그것도 대부분 소규모 평수의 임대 아파트였다. 2000년에도 월봉 청솔아파트 등 장기임대 아파트 4천여가구가 입주했을 뿐이다.

그러나 올해.내년 입주하는 아파트는 30~40평형대 민영 아파트가 주축이다. 이에 따라 이사로 인한 연쇄적인 대규모 주민 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이들 신규 아파트 상당수는 전세 물량으로 곧바로 부동산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해 외지 '떴다방'의 부추김 속에 "사 놓고 보자"식으로 '묻지마 투자'를 한 시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 많은 웃돈 준 게 부담=李모(41.천안 구성동)씨는 계약금만 치룬 분양가 1억4천만원짜리 아파트를 최근 웃돈 수천만원을 주고 샀다. 잔금 중 1억2천만원 가량은 입주할 때 지금 사는 아파트를 전세놓아 치룰 생각이다.

그러나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 전셋값을 예상만큼 받지 못할 뿐더러 전세 자체가 나가리라는 보장이 없는 데다 입주 뒤 2년 이내에 새 아파트를 팔게 되면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돼 고민하고 있다.

지난 여름 불당동 일반택지 분양에 불었던 열기가 아파트 분양권으로 고스란히 옮아갔다. 택지 분양에 실패한 여유 자금이 아파트 시장으로 쏠려 분양권 웃돈을 천정부지로 올려 놓은 것이다. 3천~5천만원 하던 웃돈이 입주를 1년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선 1억원을 넘어섰다. 일부 아파트는 분양가의 60%에 해당하는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申모(46.천안 쌍용동)씨는 "엄청난 웃돈을 주고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 천안에 사는 실수요자인지 의심스럽다"며 "내년 '아파트 홍수시대'를 맞아 뒤늦게 분양권을 산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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