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정국 끝내 반쪽-"강행" "불참" 여야 맞대결의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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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특위정국이 파행으로 줄달음질 치고 있다. 22일부터 3일간 열리는 광주청문회가 민정 당 불참 속에 야3당만으로 강행되고있고 5공 특위전체회의도 민정당이 보이콧을 선언해 여야가 특위운영을 싸고 정면대결 태세다.
「5공」과 「광주」양대 특위에서의 민정 당 철수는 특검제도입, 전·최씨 국회출석 공방과 얽혀 종결단계의 특위정국은 대결과 혼미의 양상으로 확연히 드러나 강행 설이 도는 중간평가의 격돌을 앞둔 「힘의 시위」라는 인상을 주고있어 정국전반에 한층 긴장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민정당은 이달말 3김 총재와 개별 또는 연석회담 등 고위 대화를 통해 정치일정을 협의한다는 유연성을 남기고 있으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강공」으로 돌아선 것 같다.
민정당측의 이같은 전환은 특위의 수렁에서 탈출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안되고 자칫 당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따라서 민정당측은 이제 광주특위는 소위 실체적 진실접근이 상당부분 됐고 5공문제도 청문회·자체 조사, 검찰수사로 정리단계에 진입했으니 마무리를 서두르자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민정당의 일방종결에 맞서 「특위정국의 제2기」를 역 선언하고 나섰다. 야당측은 5공 청산과 광주문제의 진상규명이 여전히 미흡하고 전·최씨의 증언거부와 특검제를 반대하는 여건에서는 특위활동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자세다.
5공 특위의 경우 일해 청문회 이후 4개 소위활동이 이렇다할 실적을 거두지 못해 전원참가의 전체회의형식으로 다시 확대해 열도를 재충전시킨다는 것이다.
광주특위는 22일 전·최 두 전직 대통령에게 동행명령 장을 재발부하고 이번 청문회를 끝으로 소위활동체제로 전환한다는 수순을 채택, 불씨를 남겨두었고 5공 특위는 부실기업·인권비리 등 「중량급」사안을 임시국회가 끝나는 3월초부터 전체회의를 통해 조사에 착수키로 일정을 잡아 특위종결이 아닌 특위재가동의 여지를 확보해놓고 있다.
이같은 야당측 전술에 대해 민정당측은 『소모전적 정치공세』라고 비난하고 있으며 야당측은 『5공과 광주의 진상회피』라고 꼬집고 있다.
민정당은 △야3당이 특별검사제를 주장하고 △지난 1월의 3김 총재회담에서 특정인을 거명, 사법처리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특위활동의 한계를 인정하고 특위활동의 종결을 내막 적으로 수용했다는 역설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
민정당의 이같은 특위불참입장은 물론 특위정국을 더 이상 끌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에서 출발하고 있다. 야당측이 주도하는 특위에 참석해봤자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으니 불참에서 오는 정치적 손실과 따져볼 때 별 차이가 없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보다 야당측이 주목하고있는 것은 민정당의 이런 자세가 중간평가의 정면돌파를 앞두고 야당공세를 미리 차단하려는 신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최근 민정당의 기류가 강성·조기승부 쪽으로 기울고 있으며 특위 일방불참 등의 정국운영방침도 이런 기류를 반영하는 것으로 읽고있다.
이와 함께 야당만의 특위강행이 역기류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 기대도 깔려있다. 피해자만의 광주증언은 국민들 사이에 「균형」감각상실이란 반응을 일으키고 장기화될 경우국민들도 식상, 외면할 것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서 농민시위의 후유증, 재야움직임 등 봄 정국의 변수들이 야당측에만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그러나 민정당의 이런 계산들이 적중할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요소들도 적지 않다
당장 광주청문회와 5공 특위불참에서 오는 비판도 비판이러니와 이순자씨의 안양 당 문제, 전·최씨의 증언거부 등으로 빚어지는 의혹의 시선을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다.
야당측은 특위강행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 이를 기반으로 민정당측 공세를 무력화시키고 여권 내 강성분위기를 둔화시킨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이 문제가 중간평가 등 신춘 정국진입에 앞선 전초전이라는 판단에 따라 야당의 공조는 물론 각 당간 「명분」을 충분히 축적하겠다는 것이다. 중간평가의 불신임 캠페인으로 태도를 완전히 정했을 때를 대비한 주도권경쟁도 깔려있으며 재야를 고려한 측면도 있다.
「광주」의 평민, 「5공」의 민주당사이에도 얼마만큼 모양새를 갖추고 끝내느냐는 상호 견제가 대여공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물론 야당의 입장에 고민도 있다. 일단 공세의 주도권을 잡았으나 야3당만의 장을 오래 끌고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할 경우 이미 식상한 감을 주는 특위활동이 여론의 공감을 잃고 야당사이의 공조에도 금이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정당측의 적절한 양보와 각 당간의 명분획득 등 반대급부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야권만의 특위운영이란 파행상태는 조정될 수도 있다.
야3당 총재들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시점을 전후해 회동을 갖고 대여공세에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청와대영수회담 등 노 대통령과의 「담판」에서 조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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