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 엇갈린 제주도 골프장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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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비좁은 땅에 2∼3년새 골프장을 13개나 만들겠다니 온 섬을 골프장으로 바꾸겠다는 얘기냐』『어차피 관광개발을 하자면 골프장도 많이 들어서야 한다』국내에서 첫손을 꼽는 국제적 관광지인 제주도에 92년까지 13곳의 골프장을 증설하겠다는 도 당국의 계획이 발표되면서 제주도내엔 찬·반 여론이 세차게 맞서고 있다. 그 가운데 골프장 건설 희망자들의 투자상담, 개발준비도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제주관광 개발과 골프장 건설,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본다.

<골프장 건설>
골프장 시설 사업허가권이 지난해부터 시·도에 위임된 후 제주도는 15일 관광개발 촉진을 위해 골프장 건설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 도는 92년까지 18홀 기준 골프장 13개를 더 만들어 이미 개장한 오라(36흘)·아라(18홀) 등 2곳과 공사중인 중문(18홀)등 2곳을 포함, 모두 17개의 골프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신설은 올해 5곳, 내년 3곳, 91년 3곳, 92년 2곳 등으로 연차 건설한다는 것이다.
도는 18홀 규모를 기준해 20만평이상의 부지가 확보된 대상자를 3월15일까지 공개모집해 사업자를 선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92년까지 골프장 부지로 편입될 토지는 최소한 3백만평 이상이며 일부는 36홀의 대규모 골프장 건설도 추진하고있어 적어도 6백만평 이상의 당이 골프장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사업주체>
골프장 건설추진도 대부분이 외지인 차지.
북제주군 조처읍 선홀리에 고려증권, 조천읍 교래리에 한진그룹의 제동흥산, 구좌읍 세화리에 한양그룹, 남제주군 표선면 성음리에 남영목장, 조천읍 와홀리에 근진사, 안덕면 상천리에 현대레저, 광평리에 호텔업자 정이수씨, 동명리에 재일교포 김흥관씨 등 외지인 10여명이 추진 중이며 도내 기업체는 세기 건설과 이시돌 목장 등 2개 업체뿐이다.
특히 골프장 건설 희망은 북제주군 조천읍 등 일부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을 보여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처음 실시되는 공개모집 방침에 따라 한진 그룹은 이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목장용 초지 조성지를 관광 휴양지구로 형질변경 고시를 신청해 놓고 있다.
70년 중반부터 투기 붐을 타고 외지인들이 마구 사들였던 대규모 땅들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골프장 건설 대상지로 떠올라 황금 알을 낳는 골프장부지가 됐다

<논란>
18홀 규모 17개 골프장의 하루 수용인원은 4천∼5천명. 이는 1개 골프장에 2백∼2백20명수용을 기준한 것으로 봄·가을 관광시즌 제주를 찾는 외래 관광객의 50∼60%가 넘는 숫자다.
이에 대해 관광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앞으로 관광객이 늘고 골프인구가 급증 추세를 나타낸다해도 하루 5천명이상 골프 인구가 제주를 찾는 것은 2000년대 이후에 가도 회의적이라는 견해다.
실례로 지난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 1백20만명 중 골프장 이용객은 9만8천명으로 8%미만이었다.
따라서 낚시·등산·사냥·보트·경마 등 다양한 분야에 관광객을 골고루 유치할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관광객의 절반이상을 골프 인구에 두겠다는 발상이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계획을 추진하는 관계 당국은 빈땅을 그냥 두기보다 관광 개발에는 골프장이 들어서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노는 땅에 골프장을 세우는 것도 관광개발이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대안>
『비좁은 제주도에 6백만 평의 토지를 골프장으로 만들어 제주 관광개발을 고급 레저에 맞추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고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고려되어야할 것이다.
골프장 홍수는 일부 투기꾼들에게 투기 이득을 안겨줄 지는 몰라도 도민 소득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토지이용 가치면에서 뿐 아니라 개발면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 18홀 규모의 골프장 1곳 건설비가 부지 매입비를 빼고도 1백50억원 이상 들어 92년까지 13개소를 더 늘릴 경우 투입사업비만도 3천여억원에 이른다.
관광 전문가들은 이같은 재원을 차라리 추자군도·마라도 등 인근 섬들과의 연계 관광코스 개발 등에 일부 투자하면 제주도를 「4계절 관광지」「쉬어 가는 국제 관광지」로 개발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골프장을 무턱대고 건설할 경우 일부 자연경관 훼손이 불가피하고 주민들과의 민원소지는 물론 소외감을 줄 우려도 없지 않다.
주민들은 노는 땅에 골프장 개발을 하겠다는 당국의 계획은 의욕은 좋으나 장기적 안목이 결여된 절름발이 시책이라며 지역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관광개발 시책으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제주=김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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