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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이후 첫 재판 … 진정한 양심 입증 여전히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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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8일 오후 4시30분 대구지법 신별관 제201호 법정. 지난 5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전모(21)씨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강경호)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는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을 두고 변호인 측과 검사 측이 맞섰다. 검사 측은 “1주일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을 하면서 검사에게 진정한 양심의 존재를 증명하라고 요구했다”며 “이에 피고인이 신앙심, 즉 진정한 양심을 가지고 병역을 거부한 것인지 추가적 자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서는 이미 1심에서 ‘진지한 양심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며 “추가 자료가 필요하면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1심 무죄 판결 20대 항소심 시작 #검찰·변호인 추가자료 제출 공방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전씨는 지난해 11월 입영통지서를 받고서도 종교적 이유로 입영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5월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2단독 이형걸 판사는 “종교적 이유는 입영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전씨의 신앙심을 무죄 판결의 주요 근거로 봤다. 전씨가 단순히 병역을 기피하기 위한 이른바 ‘가짜 신자’냐를 가린 셈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씨는 14살 때 ‘여호와의 증인’ 침례를 받고 매달 70시간씩 전도 활동을 했다. 전씨 친부모도 ‘여호와의 증인’ 신자임이 인정됐다. 또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전씨가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받게 되면 교사로 임용되기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종교적 신념 때문에 군대를 가지 못하고 꿈을 포기하게 됐다는 등을 고려해 재판부는 진정성을 인정했다.

길게는 수년간 멈춰있던 전국 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은 1일 대법원 판결 이후로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9일에는 서울남부지법에서 1년 7개월 만에, 16일과 22일에는 춘천지법과 청주지법에서도 3년여 만에 열린다. 현재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은 1000여건이다.

대구=백경서 기자, 문현경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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