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가습기·블라인드 켜요"…집안까지 넘어온 IoT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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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상진 씨는 퇴근길에 운전하던 중 카카오내비에 ‘공기청정기 켜줘’라고 말한다. 카카오 스마트홈 플랫폼 ‘카카오홈’과 연동된 코웨이 공기청정기가 김씨가 귀가하기 전부터 작동하기 시작했다.

카카오가 8일 출시한 스마트홈 플랫폼 ‘카카오홈’은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카카오톡ㆍ카카오미니(인공지능 스피커)ㆍ카카오내비 등을 활용해 쉽게 사물인터넷(IoT)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카카오가 8일 스마트홈 서비스 '카카오홈'을 출시하고 사물인터넷(IoT)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사진 카카오]

카카오는 이날 카카오홈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홈’을 출시하고, 카카오 디바이스와 가전제품들을 연결하는 IoT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제휴한 기기를 카카오홈에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카카오홈에는 카카오가 지난해 출시한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가 적용됐다.

예를 들어 집 안에서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에게 “헤이 카카오, 안방 조명 켜줘”라고 말하거나, 카카오톡 메신저에 “공기청정기 켜줘”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장소에 상관없이 여러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홈 IoT의 성공 비결은 얼마나 다양한 기기들을 자유자재로 연동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카카오는 이를 위해 필립스의 조명 기기, 코웨이의 공기청정기 제품 등 생활 가전업체들과 제휴를 맺었다. 또 가습기ㆍ스마트플러그ㆍ자동 블라인드를 만드는 업체(미로ㆍ브런트ㆍ다원DNS 등)들과도 제휴를 맺었다. 삼성SDSㆍ청호나이스ㆍ한샘 등과도 서비스 연동을 준비하고 있다.

김병학 카카오 AI랩 총괄 부사장은 “카카오홈은 가정 내 기기와 설비를 제어하는 데서 시작해 향후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조명과 냉난방 등을 알아서 제공하는 셀프 컨트롤링 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클라우드ㆍSDK(소프트웨어 개발키트) 등을 외부에 공개해 파트너사들을 더 늘려갈 계획이다.

사물인터넷 경쟁 주도권을 놓고 국내에서도 가전 업체, IT 플랫폼, 통신사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가전 기업들은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 자사 제품들을 한꺼번에 제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IoT 앱 ‘스마트싱스’를 이용하면 스마트TVㆍ냉장고ㆍ노트북ㆍ에어드레서(의류 관리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LG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 ‘LG 씽큐 허브’를 활용해 음성으로 여러 가전제품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동작을 제어할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9월 양사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홈 IoT 플랫폼을 갖추고 생태계 확장에 협력하기로 했다. IoT 산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두 회사가 선제적으로 ‘IoT 전선’을 구축해 다른 업체들까지 참여하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8월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홈IoT 플랫폼을 갖추고 생태계 확장에 협력하기로 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IoT 표준단체인 OCF(오픈커넥티비티재단) 협력식에 참석한 매튜 페리 OCF의장, LG전자 박일평 사장, 삼성전자 이효건 부사장, 하이얼 유원팅 COO, 일렉트로룩스 얀 브록만 COO(왼쪽부터). [사진 OCF]

이동통신사들도 사물인터넷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현대건설ㆍSK건설 등 주요 건설사 40여곳과 제휴를 맺고 신규 분양 아파트에 사물인터넷 기능이 적용된 스마트홈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향후 3년 뒤에는 SK텔레콤의 스마트홈 서비스가 적용된 아파트 가구가 20만 세대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KT는 ‘기가지니 홈 IoT’ 모바일 앱을 통해 가전제품들을 연동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스피커 겸 셋톱박스인 ‘기가지니2’에는 만능 리모컨을 탑재했다. 이 리모컨은 에어컨ㆍ선풍기 등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