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감도 법안」싸고 여야 격돌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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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일부터 시작된 국회 상임위 활동에서 여야는 특검제·화염병 처벌법·국가보안법 등 고감도법률을 둘러싸고 일대 정전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국가보안법·안기부법 등 시국 관련 법안을 둘러싸고 국회 법률 개폐 특위에서 여야가 맞붙어 왔는데 여기에다가 특검제와 화염병 처벌법까지 가세해 대야와 소여 대결은 상임위에서 더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특검제에 대해선 정부·여당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고 화염병 처벌법은 야3당이 퇴짜를 놓을 계획인데다 국가보안법·안기부법 등은 의견접근이 쉽지 않아 경우에 따라선 여야간 「입법대결」로 국회운영을 지지부진하게 만들어 민생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낼 염려도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 올라와 있는 법안은 1백50여건에 이르고 있지만 민정당은 남북 교류특별법, 화염병 규제법 등 처리에 우선을 두고 있는 대신 야3당은 특검 법안의 추진과 지자제법·보안법·안기부법·노동관계법 등 이른바「정치성」법안의 개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야3당이 공동으로 밀어붙이는 특검법에 대해 민정당은 이미「위헌」으로 단정하고 결사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야당 측은「이순자 땅」이란 호재까지 이용해 정치공세를 강화할 방침이어서 결국 표 대결로 치닫고 있다. 야당 측은 봄 정국 주도를 위해서는 특검법의 강력 추진을 시도할 것이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까지 계속 쟁점으로 남을 전망.
정부측이 제안한 화염병 처벌법은 화염병을 사용, 신체·생명 또는 재산에 위험을 발생하려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있는데 민정당은 최근 여의도시위의 폭력성 등을 크게 부각시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
야당 측은 이 법이 화염병 피해만을 극대화시켜 정당한 의사표시인 평화적 시위까지 규제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대의 공동전선을 펴나갈 방침이다.
즉 시위자만을 일방적으로 문제삼을게 아니라 과잉진압에 대해서도 최루탄 사용처벌법 등으로 규제해야한다는 논리까지 펴고 있다.
이밖에 민정당이 특위 종결대안으로 내놓은 광주 보상법, 삼청교육 피해 보상법 등은 피해의 성격 규정을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야당 측은 또 근로자·전교협 등 재야단체의 강력한 요구를 배경으로 노동관계법 개정과 교육관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평민·민주당의 소장파 의원들이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당내 지원이 미약하고 공화당이 민정당 측과 비슷한 안을 내놓고 있어 야권내의 공동보조도 어렵다.
그러나 중간평가를 앞두고 야당이 요구하고 있는 국민투표법 개정문제는 민정당 측도 찬반토론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어서 개정방향에 쉽게 의견 접근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복잡한 사정을 안고 있는 정치 법률은 국가보안법.
야당 및 재야로부터 국가안보를 구실로 반정부인사를 탄압한「정권 유지법」이란 비판을 받아온데다 최근에는 법률적 측면에서 대북 교류와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오히려 북방외교의 장애가 되고있다는 지적을 받는 터라 대폭 정비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정부와 민정당은 ▲반 국가단체의 범위를 북한과 조총련에 한정시키고 ▲찬양·고무, 잠입·탈출 등의 행위도 반 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이 있을 때만 처벌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평민·민주당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각각 ▲「민주헌정 수호법」(가칭)을 대체 임법 하거나 ▲형법속에 흡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공화당은 ▲이적 죄를 목적범화하고 ▲명칭을 개칭하는 정도로 하자는 민정당과 비슷한 입장이어서 소폭개정으로 끝날 공산.
사회안전법의 핵심은 보안 감호의 존폐여부.
민정당은 ▲감호 처분권을 법원에 이양하고 ▲그 대상을 간첩죄 등에 한정시키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제출해 놓고 있는 당내에서는『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보안 감호제는 폐지해야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야당 측이「정권유지 도구」라고 몰아 붙이는 또 하나의 법률은 집시법.
그러나 야당도 폐지보다는 개정 쪽을 택했고 최근 여의도 시위 등으로 말미암아「시위의 폭력성」에 대한 우려가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터여서「자율과 그에 따른 책임」이라는 선에서 여야간 타협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국가 보안법과 더불어 가장 민감한 법은 안기부법.
박정희 대통령의 3공화국시절부터 정보기관의 정치개입에 시달려온 야당으로서는 차제에 안기부의 정치적 중립을 법률·제도적으로 못박아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평민· 민주당은 안기부법의 폐지를 고집하면서 대체 입법으로서 「대외 정보처법」을 내놓았는데 ▲정보수집을 국외 및 대공에만 한정시키고 ▲내란·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사범을 포함, 일체의 수사권을 폐지시켰으며 ▲지부를 둘수 없게 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우리의 안보 현실상 안기부의 기능확립은 필수적』이라는 기본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공화당은 국내 보안정보 수집 기능을 없애는 대신 대공 수사권은 인정하는 절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안기부법 개정과 관련해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국회「정보 위원회」의 설치문제.
정부·여당은 최근 국회내에 특위나 소위의 형태로「정보 위원회」를 신설, 비공개로 안기부의 업무를 보고 받고 예산을 심의하도록 한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공화당도 개정안에서 이를 제안했고 평민·민주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중요한 타협점도 될 수 있을 전망.
이번 상임위에서는 이런 법안들 외에도 여의도 농민시위나 전민련의 노태우 퇴진 결의 대회에 이은 투쟁기간 설정에 대해 정부당국이 원천봉쇄 등 강행 대책을 씀으로써 체제유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민정당 측은 현재의 상황을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강력한 「체제 수호론」을 필칠 작정인데 반해 야당 측은 체재를 빙자한 정권 유지적 과잉 진압으로 맞서고 있다.
야당 측은 노 정부의 중간평가에 대한 결단을 봐가며 야3당 총재회담에서 대여공세의 흐름을 잡아갈 작정인데 일단 상임의 마다 검찰수사 미흡, 이순자 땅 사건 등을 부각시켜 총공세를 펼칠 태세다.
그러나 민정당은 야당이 민생우선, 악법개폐를 주장하면서도 실제로 법률안 대안하나 제대로 내지 않고 정치공세만 일삼고 있다고 맞 받아치며 특위 종결을 유도할 작정이나 민정당도 민생의 뾰족한 대처 방안들은 별로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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