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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대신 외부인사 참여 '행정회의'에서 판사 인사"

중앙일보

입력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속으로 구성한 '사법발전회의 건의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회의체를 만들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주장을 구체화하는 내용이다. [사진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속으로 구성한 '사법발전회의 건의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회의체를 만들겠다는 김 대법원장의 주장을 구체화하는 내용이다. [사진 뉴스1]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단장 김수정 변호사)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회의를 새로 만드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2일 대법원장에게 제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법원조직법 개정 권고받아 #"사법행정회의 구성, 법관 6명과 비법관 5명으로" #"대법원장에서 행정회의로 독점 권한 이동할 뿐" 비판도

지난 9월 20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가칭)사법행정회의에 행정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공식 성명을 낸 지 44일만이다. 추진단은 그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대법원장 직속으로 구성됐다. 판사·변호사·교수 등 7명의 단원이 지난달 12일부터 10차례 회의를 거쳐 내용 작업을 했다.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정면에 단장인 김수정 변호사가 앉아있다. [연합뉴스]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정면에 단장인 김수정 변호사가 앉아있다. [연합뉴스]

추진단이 제시한 개정안 내용은 이렇다.
대법원에 '사법행정회의'를 새로 만들어 법관에 대한 인사권을 포함한 사법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권한을 갖게 한다. 그동안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법원행정처에서 수직적·폐쇄적으로 해오던 의사결정을 외부 인사가 포함된 회의체에서 수평적·민주적으로 하게 하자는 취지다.

추진단은 사법행정회의 구성을 대법원장을 포함한 법관 6명과 비법관 5명으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장은 이 회의의 의장이고, 회의에 들어올 법관 1명을 지명한다. 전국법원장회의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각각 1명과 3명의 법관을 위원으로 추천한다.

비법관 위원을 뽑는 방식은 좀더 복잡하다. 주로 법학교수나 변호사 등이 비법관 위원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지만, 권고된 개정안에 따르면 비법관 위원의 자격은 '재판제도와 행정에 관해 지식과 경험이 있고 업무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비법조인도 가능하다. 후보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 추진단이 제시한 '사법행정회의' 구성안. 위원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이 위원이 된다. 문현경 기자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 추진단이 제시한 '사법행정회의' 구성안. 위원장인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1명이 위원이 된다. 문현경 기자

때문에 이 비법관 위원을 선발하기 위해 별도로 '사법행정회의 위원추천위원회'를 만들자는 것이 추진단의 생각이다. 추천위는 총 11명으로, 법무부장관·대한변협회장·한국법학교수회장·로스쿨협의회 이사장·법원노조 대표,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3명, 그밖에 사회적 신망이 있는 사람 3명이다. 임명권자는 대법원장이기 때문에 '신망 유무'는 사실상 대법원장이 판단하게 된다.

그동안 법원행정처 요직을 거친 판사들에게 승진이 보장되는 등, 폐쇄적인 인사제도 때문에 독립하여 재판해야할 판사를 '말 잘 듣는 회사원'으로 길들여왔다는 비판이 있었다. 추진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법행정회의 아래에 '법관인사운영위원회'를 두자고 했다.

추진단은 6명의 법관을 인사운영위원회 위원으로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위원장은 사법행정회의 의결을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위원 5명 중 2명은 대법원장이, 3명은 전국법관회의에서 추천받은 판사 중에 사법행정회의가 지명한다.

사법행정회의 위원과 법관인사운영위원회 위원은 모두 비상근이다. 추진단 간사인 김동현 대구지법 판사는 "의사결정권한을 가지는 사람이 상시근무할 경우 관료화될수있다는 위험성이 지적돼 왔다"면서 "특히 법관들의 경우 스스로 재판하지 않고 행정만을 담당함으로써 관화와 더불어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권력 남용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비상근 위원들의 보수를 어느정도로 할지는 이번 개정안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연합뉴스]

다만 이번에 권고된 개정안 내용이 불충분하거나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추진단 내에서 나왔다.
7명의 추진단원 중 3명이 소수의견을 냈다. '의사결정은 사법행정회의가, 집행은 법원사무처가' 하자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인데, 소수의견을 낸 단원들은 "사법행정회의가 법원사무처를 지휘·감독할 수 있는 이상 완전한 분리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김민기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판사는 "사법행정의 기능을 의사결정-집행-정책연구로 분리하기로 했는데, 사법행정회의에 의사결정과 집행기능을 아우르는 위상을 부여했다"면서 "(이번 권고안대로라면) 사법행정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 종전의 대법원장에서 사법행정회의로 이관될 뿐이다"고 의견을 냈다. 전영식 법무법인 시민 변호사는 "사법행정회의를 구성하는 위원들은 민주적 정당성이 인정되는 사람으로부터 선출되어야 한다"면서 "대법원장이 사법행정회의 위원들을 임명하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추진단은 2일 마련한 개정안 내용을 대법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그 임무를 마쳤다. 추진단이 다수의견으로 권고한 내용대로 법원조직법을 개정할지는 이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공이 넘어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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