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책 리더십 좀 발휘해 달라는 KDI의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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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예상대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낮춰 잡았다. 올해(2.7%)보다 내년(2.6%) 경제가 나쁠 것이라는 전망도 국제통화기금(IMF) 등 대다수 경제 예측기관과 비슷했다. 내수가 둔화하고 수출 증가세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무엇보다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며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끌어내릴 것으로 봤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성과를 내년이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인식과 달리 경기는 정점을 지나 사실상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했다.

KDI의 진단은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를 대부분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현실적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보도에 “경제 위기론을 조장하지 말라”고 쏘아붙이는 청와대와 여당의 편협한 태도를 무색하게 한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은 커졌고, 수출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에 따른 저성장 우려가 심각하며, 장기적으로 견실한 성장세 유지가 점차 어려워지는 환경이라고 판단했다.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거시정책은 현재 수준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라고 했다. 기준금리를 올릴 때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지금 정부가 펴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 정답이라고 하지도 않았다. 넘치는 세수를 대증요법에 쓸 게 아니라 구조개혁에 써야 한다고 했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선 구조개혁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사회안전망 확충과 인적자원의 재교육 같은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면서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하라”는 이례적인 표현까지 썼다. KDI가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경제전망에서 최근 몇 년간 이런 문구를 본 기억이 없다. 정책 혼선이 오죽 심하면 KDI가 공개적으로 이런 말까지 할까 싶다. 국책연구기관이 정부의 정책 리더십까지 걱정해야 하는 참으로 답답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