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새 영화 '모노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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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모노폴리'는 주사위에 나온 숫자대로 말을 움직여 땅과 건물을 사들이는 부동산 투자 보드게임이다. 1980년대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부루마블'과 거의 같다. 비록 장난감 돈이지만 엄청난 거액이 오가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 '모노폴리'(감독 이항배.1일 개봉)에서도 천문학적인 돈을 놓고 게임을 벌인다. 주인공은 천재 컴퓨터 전문가 경호(양동근). 우연히 강렬한 카리스마의 소유자 존(김성수)을 만난 뒤 그에게 푹 빠져든다. '1% 클럽'이란 상류층 비밀모임을 운영하는 존은 돈과 권력을 한꺼번에 거머쥐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던 중 존은 은행 전산요원으로 일하던 경호에게 전국민의 은행계좌에서 조금씩 돈을 빼내 5조원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다. 존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경호는 수사기관에 붙잡히지만 존과 돈의 행방은 묘연하다. 수사기관은 경호에게 최면요법이라는 비상식적인 수단까지 동원해 존에 대한 단서를 잡으려 한다.

진짜 게임은 여기서부터다. 영화 속 게임과 별개로 감독은 관객에게 두뇌게임을 청한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처음엔 틀림없어 보였던 일들이 나중엔 트릭(속임수)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험을 자주 했을 것이다. 이 영화도 추리소설과 비슷하다. 막판에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밝혀지면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려 다시 짜맞춰야 한다. 그제서야 앞선 이야기가 얼마나 허점투성이였는지 알게 된다.

게임과 반전은 이 영화의 재미인 동시에 한계다. 관객에게 전달되는 거짓 정보의 양에 비해 사건을 풀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너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힌트는 영화의 초반 10분을 최대한 의심하라는 것이다.

전체적인 드라마는 약간 허술한 편이다. 명품으로 치장한 상류층의 초호화 생활을 보여주는 것을 제외하면 별로 눈에 띄는 부분이 없다. 유혹적인 몸매를 선보이는 수퍼모델 출신의 신인 윤지민(앨리 역)은 아직 연기로는 보완해야 할 점이 있어 보인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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