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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복제 프로그램 '찌' 시연보니...단말기 고유번호 복제해 '스마트폰깡'으로 악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출이 막힌 학생ㆍ노인ㆍ신용불량자 등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깡’을 해주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이들은 통신사를 속이기 위해 ‘찌’라고 불리는 휴대전화 복제 프로그램을 구입해 스마트폰 단말기의 고유식별번호(IMEI)를 불법 복제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말기 가격 50% 주며 '스마트폰깡' 해주고 #통신사 보조금 챙긴 뒤 70% 가격에 되팔아 차익 #5325대 개통해 1237대 단말기 IMEI 복제 #"2500여명이 한사람당 1대~3대 개통"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 2500여 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깡을 해주며 단말기 5325대를 개통해 통신사에 58억원의 피해를 입힌 일당 20명을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주범 A씨(27) 등 2명을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동종범죄로 구속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5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약 3년 8개월 동안 스마트폰 공식 판매점을 운영하며 뒤로는 불법 브로커를 통해 ‘스마트폰깡’ ‘스마트폰 내구제 대출’이라는 이름으로 저신용 소액대출자를 끌어모았다. A씨 등은 소액 급전이 필요한 학생 및 노인들에게 할부로 100만~150만원의 고액 스마트폰을 개통하도록 한 뒤, 단말기 가격의 절반 가량인 50만~70만 원을 현금으로 주는 방식으로 깡을 해줬다. 이어 통신사로부터 개통 건당 20만~3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챙겼다. 또 스마트폰 단말기를 원 가격의 70% 수준인 70~90만원에 불법 유통업자에게 중고로 되팔아 추가 이득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이렇게 챙긴 범죄수익금은 보조금 10억원 등 총 21억~37억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A씨는 3개월 동안 45분 이상의 통화량이 발생해야만 통신사가 개통보조금을 환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찌’라고 불리는 휴대전화 복제 프로그램을 이용해 스마트폰 단말기 1237대 IMEI를 복제하기도 했다. A씨는 복제폰끼리 상호간 통화를 발생시켜 보조금 환수를 계획적으로 피했다. IMEI를 복제하는데는 스마트폰 한대당 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 통신사가 IMEI 복제 스마트폰을 식별해내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스마트폰 깡을 위해 개통된 5325대의 단말기 가운데 3000여대가 해외로 반출됐으며, 국내로도 1000여대가 중고폰 형태로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 단말기들이 대포폰 등 다른 범죄 사용됐을 가능성에 대해 추가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500명의 스마트폰깡 신청자들은 100만원 이상 고액의 단말기 할부금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불법이란 것을 알고 깡을 받았다. 한 명당 최대 3대까지 단말기를 개통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스마트폰깡 신청자에 대해서도 범죄 혐의 적용을 검토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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