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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빼곤 겁날게 없는 두 남자 "빈살만·김정은 30년 더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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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빈살만(사우디아라비아)과 김정은(북한)은 최소 2044년 이후까지, 푸틴(러시아)과 에르도안(터키)은 최소 2030년 이후까지….

블룸버그, 지난 3월 이어 주요 17개국 정상 권력 수명 전망치 내놔 #마크롱, 지지율 추락에 집권 전망 ‘2027년→2022년’ 단축

블룸버그통신이 예측한 전 세계 ‘스트롱맨(강한 리더)’의 정치적 수명이다. 통신은 지난달 31일 여론과 경제적 성과, 국내 정치 상황 등을 종합 분석한 뒤 주요 17개국 정상의 향후 집권 기간 전망치를 측정해 보도했다.

“통상 국제적 서열은 경제·군사력에 의해 정해지는 탓에 미국이 정상에 있고, 중국이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면서도 “기후변화, 빈곤, 평화 같은 장기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리더가 계속 권력을 유지할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다. 통신은 “그 이후 대다수의 전망치는 변함없었다”며 “다만 패자는 에마뉘엘 마크롱(프랑스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카슈끄지’ 배후로 몰려도 끄떡없다?

최근 반정부 성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사건 이후 배후로 지목돼 궁지에 몰렸던 무함마드 빈살만(33)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17명 가운데 가장 긴 최소 2044년 이후까지 권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카슈끄지 악재 때문에 그의 통치력이 대내외적 검증대에 오르면서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실 장악력엔 변화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토마스 주노 오타와대학교 조교수는 “그의 입지는 여전히 강하다. (빈살만에 대항하는) 조직적인 도전을 위한 틈새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1일 “카슈끄지 살해 오명에도 불구하고 왕세자는 권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빈살만이 그 배후에 있다는 국제적 컨센서스가 증가했지만, 그가 잡고 있는 권력엔 타격이 없다. 그가 반세기 동안 사우디를 장악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의 절대 군주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의 입지 등 뿐 아니라 제재 관련 미국의 소극적 행보 등이 공고한 그의 권력을 유지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가 반부패 수사를 통해 수많은 왕자를 감금하고 정치적 경쟁자를 처단한 탓에 현실적으로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일각에선 그가 왕실 쿠데타를 통해 하루 만에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또 한 번의 권력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후계자로는 칼리드 빈살만 왕자가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정치 생명을 최소 2044년까지로 예측했다. [사진 블룸버그]

블룸버그통신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정치 생명을 최소 2044년까지로 예측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해 6월 당시 왕위 승계 서열 1순위였던 사촌형 무함마드 빈나예프를 축출한 뒤 젊은 나이에 왕세자 타이틀을 거머쥔 빈살만은 과감한 사회·경제 개혁을 이끌어왔다. 여성의 운전과 공연 관람 등을 허용하고,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식으로 개혁에 손을 댄 것이다. 역대 사우디 왕실과 다른 파격 정책으로 ‘개혁 군주’로 불렸다.

빈살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향후 적어도 30년 이상 더 장기집권할 인물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꼽혔다. “쿠데타, 암살, 전쟁 등이 주요 리스크”라며 “그렇지 않으면 아마 철권통치를 수십 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매체는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뉴스1]

지지율 추락 마크롱 ‘회복 불가능’

2027년에서 2022년. 반년 만에 마크롱(41) 대통령의 권력 수명 전망치는 5년 단축됐다. 급속도로 추락한 지지율 탓에 그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 추이. [사진 블룸버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 추이. [사진 블룸버그]

첫 예측 때만 해도 통신은 “취임 후 첫 달 부유층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마크롱의 인기는 추락했지만, 그해 말 회복했다”며 “만약 부유세 감세, 노동법 개정 같은 인기 없는 조치가 경제적 성장과 일자리를 가져온다면 대통령은 2022년 재선에 성공할 수 있다”고 썼었다.

하지만 이번엔 “지지율이 떨어졌고, 유럽 전역의 경기침체는 개혁의 효과를 늦추고 있다”며 “그가 둔 일련의 자충수는 그가 거만하고 비타협적이라는 비판도 강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선에서 승리했을 당시 개혁을 갈구하는 프랑스 국민의 당연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이 프랑스’라는 슬로건 아래 거침없는 노동개혁을 이끌었다. 하지만 대선 때 많은 것을 약속한 반면 정작 서민들이 체감할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자 불만은 고조되면서 지지율은 끌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마크롱 마저 입지가 흔들린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서방 진영의 강력한 스트롱맨들을 견제할 대항마가 사실상 사라진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서유럽 자유주의 진영을 이끌어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21년 임기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의 견제와 난민 유입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마크롱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종신 대통령’ 넘보는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현대판 ‘차르(옛 러시아 황제)’로 불리는 러시아 푸틴(66) 대통령과 ‘터키의 푸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4) 터키 대통령은 어떨까. 앞으로 10년 넘게 더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매체는 전망했다.

푸틴은 지난 3월 압도적인 득표율(77%)로 4선에 성공하면서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31년) 이후 최장통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4년까지의 임기를 채운 뒤 5번째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현행 헌법상 어렵지만 압도적 지지율을 등에 입고 종신집권을 노릴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의 모습. [AP=연합뉴스'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의 모습. [AP=연합뉴스'

터키 헌법이 바뀌면서 이론상 에르도안 대통령은 2033년까지 권좌에 머무를 수 있다. “그의 집권 이후 터키 경제는 요동쳤지만, 여전히 에르도안은 터키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며 “그의 당은 최소 2028년까지 그가 장기집권할 수 있고, 임기가 끝나기 직전 조기 대선을 치른다면 추가로 5년 더 집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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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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