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교육 국·영·수에 편중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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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국고등학생의 학습활동이 지나치게 국어·영어·수학 과목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대입과 관련된 각종 문제의 주요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 세 과목에 대한 수업부담을 대학으로 넘기자는 제안이 나와 교육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폭탄선언」의 주인공은 한국교육개발원 문용린 박사.
지난 10, 11일 서울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대안과 1989년의 과제」를 주제로 크리스천 아카데미가 주최한 교육전문가들의 대화모임에는 30여명의 교수와 언론인 등이 참가해 교육과정의 구조 외에 학교민주문화 형성, 교육행정의 구조, 교육평가, 교육과 소득분배, 직업교육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뤘다.
이 모임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구조개선을 위한 제언」을 발표한 문박사는 『현행 대입경쟁의 문제는 높은 경쟁률 자체보다 그 경쟁의 형식과 내용의 불공평성 및 부적절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즉 국·영·수 과목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만 유리한 경쟁이어서 인문·사회 및 예·체능분야의 능력과 직성을 갖췄거나 창의력·노력적 품성이 높은 것은 별 도움이 안되고, 실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70∼80%의 대 다수 학생들에게는 그 수업내용이 졸업 후 아무 소용없는 만큼 경쟁에서이긴 소수에 대한 보상만 고려된 경쟁체제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25년동안(63∼88년)의 다섯차례에 걸친 교육과정 개편에서 국·영·수 과목은 항상 전체 수업시간수의 60% 이상을 차지해왔으며 이로 말미암아 이 세 과목에서 뒤쳐진 학생들은 좌절과 열등의식을 갖게됨으로써 학교공부 전체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마련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고등학교 2학년초부터 대인 가능집단과 불가능집단으로 구분되고 가능집단에서는 「4부5락」의 석차경쟁이 벌어지며 불가능 집단에서는 좌절·자포자기·우울·비행화풍토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현재 교육과정에서도 국·영·수 과목은 전체의 63%에 이르며 학력고사에서도 59·3%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필요와는 전혀 상관없이 수학이 단지 입시과목이기 때문에 공부해야하는 모순을 막기 위해선 인문·사회계 및 예·체능계 지망학생에게 자기관심분야와 관계된 과목을 공부할 기회를 늘리고, 개인적으로 희망하는 학생의 경우에만 수학·국어 등을선택적으로 더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의 국·영·수·학습내용 가운데 대학교육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분을 대학이 맡아 1, 2학년에서 이수토록 하는 것이 그 구체적 실현방안의 하나로 제시됐다. 국민학교 1학년도 1주일에 24시간, 중·고생은 35∼36 시간 수업하고 있는데 비해 대학생은 18시간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대학이 고등학교의 수업부담을 일부 넘겨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문박사는 강조했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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