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제 대리 전쟁 치르는 국산카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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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수년간 국내 업계는 기술개발·시장개척·기업전신 등 엄청난 변화와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85년9월이래 30%가 넘는 원화절상과 노사분규를 겪으면서도 지난해 1백42억달러의 국제수지흑자를 낼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같은 기업의 괄목할 잠재력 신장에 힘입은바 크다. 업종별로 우리업계의 현주소와 문제점·전망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얼마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관광객들은 으례 카메라 1대를 여분으로 목에 걸고 들어왔다. 일제카메라 1대만 팔면 체재비·용돈은 물론 돌아갈 여비까지 고스란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이 시절 카메라는 「부의 상징」「가보1호」등으로 통했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웬만한 가정에서도 국산이건, 외제건 카메라 한대정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우리나라 카메라산업은 지난67년 대한광학이 일본 마미야카메라와 기술제휴로 35㎜레인지파인더식 카메라3만대를 생산한데서 그 효시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카메라는 기술수준·품질 면에서 외제카메라와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고 국내시장에 뿌리를 내리는데 실패했다.
본격적인 국산카메라시대의 개막은 아무래도 삼성항공이 일본 미놀타사와 기술제휴로 HI-MATIC를 생산하던 79년으로 잡아야할 것 같다.

<부머랭 효과 우려>
미놀타를 등에 업은 삼성항공은 때마침 소득증대로 카메라의 국내수요가 연평균 32%씩 늘어나는 추세를 타고 착실히 내수기반을 다지는 한편 기술개발에 힘을 기울여 86년에는 자체모델인「윙키」10만대를 일본 등 14개국에 수출하는 실직을 올렸다.
79년 삼성이 미놀타와 기술제휴를 할때 일본 카메라 업계에서는 부머랭 효과를 우려, 맹렬한 반대움직임이 있었는데 일본업계의 그같은 우려가 욍키의 대일 수출로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삼성항공 카메라사업부문의 김지선 차장은 당시 일본국내에서는 미놀타를 매국노로 몰아 들이는 험한 분위기였다며 그같은 역풍을 넘기고 기술제휴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고 이병철 삼성회장의 적극적인 노력이 숨어 있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 카메라 생산업체는 삼성항공(대표 송세창)외에 84년 일본 아사히 펜탁스와 제휴한 동원광학(대표 최문규), 86년 일본니콘카메라와 제휴한 아남정밀(대표 나정환), 그리고 87년 뒤늦게 일본캐논과 손을 잡은 금성사(대표 구자학)등 4개 업체가 1천억원 규모의 국산카메라시장을 나누어 갖고 있다.
당국이 집계한 88년의 시장 점유율은 삼성항공이 52·1%(5백5억원)로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시장을 금성사 18·3%(1백78억원), 동원광학 14·8%(1백44억원), 아남정밀 14%(1백36억원)의 비율로 분할하고 있다.
이들 일본세를 업은 4대 메이커 외에 렌즈전문업체에서 85년 카메라 생산에 뛰어든 삼양광학(대표 홍준용)이 있으나 아직은 연간 카메라 매출액 5억원 정도로 시장점유율 0·5%의 미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항공이 52%>
잘 알려진 대로 카메라사업은 군사용과 연계된 광학기술·정밀기계기술을 따라 서독에서 미국·일본으로 건너와 70년대 이후는 카메라의 전자화에 성공한 일본에서 꽃을 피웠다.
현재는 약32억달러 규모의 세계카메라 시장의 80%를 일본세가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79년 미놀타의 한국에 대한 기술제공에 일본카메라업계가 거센 반발을 보인 것도 이같은 독점적 지배체제의 유지를 노린 것임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중반 이후 캐논·니콘 등이 한국업체와 기술제휴를 맺고 한국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세계카메라수요가 어느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 한편 서울올림픽개최 등으로 성장세가 예상되는 한국과 손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국내 카메라산업이 처한 위치가 이런만큼 각 사가 제품의 판매·수출 등 영업신장·판로확장에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한편으로 자체기술개발에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항공의 경우 현재 경남 창원에 대지 5만평, 건평 1만5천평, 연산 1백만대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보급기증인 욍키를 비롯, 중급기종인 AF500, 고급기종인 X700 등 11개 기종의 카메라를 생산하고 있다.
올 상반기중 건평 2천5백평 규모의 제2공장을 완공, 생산설비를 1백60만대 규모로 늘릴 계획.
지난해 85만대를 생산, 그중 31만대를 수출한데 이어 올해에는 생산량을 1백60만대로 늘리고 수출물량도 60만대로 배가할 예정이다.
특히 기술개발에 주력, 지난해 기술개발비로 1백억원을 투입했고 올해에는 1백80억원을 들여 AF-ZOOM등 5개 고급기종을 새로 선보이겠다는 회사측 설명이다.
87년 카메라사업에 진출, 가장 후발이면서도 개논의 명성과 금성의 판매조직을 배경으로 시장점유율 제2위로 급부상한 금성사는 평택에 연산 25만대의 생산시설로 출발했으나 금년중에 생산시설을 2배로 늘러 50만대 능력을 갖출 예정.
보급기종인 포즈, 중급기종인 오토보이 시리즈, 그리고 고급기종인 G7등을 주무기로 올해부터 수출시장에도 뛰어들 계획.
랭킹 3위를 마크하고 있는 동원은 성남시에 대지 4천5백평, 건평3천2백평, 연산 20만대의 공장을 갖추고 보급기종 피노35S, 중급기종 ZOOM70S, 고급기종인 P50DATE등 8개 기종을 생산하고 있다. 88년 생산댓수 12만7천대를 올해에는 2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
86년 일본니콘을 끌어들여 업계에 충격을 주었던 아남은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한다는 판매전략. 서울구로1공단에 자리잡은 대지 5천5백평, 건평 3천4백평의 카메라공장에서 레믹스착카·레믹스니콘RD·FM2등 5개 기종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시설은 연산 20만대규모. 88년에 11만4천대를 생산한데 이어 올해에는 생산규모를 20만5천대로 늘리고 그중 8만대를 수출할 계획.

<기술연구 조합 결성>
국내 카메라업계가 최근 몇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고민도 크다. 가장 절실한 것이 대일 기술의존.
한국광학기기협회 이광호 전무는 우리 기술수준이 『일본에 비해 아직 5∼10년의 기술적 차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각 업체마다 3∼9%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 일본과의 기술격차는 특히 셔터·미러박스 등 핵심부품이 많이 뒤져있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화율은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보급형이 74%, 중급형67%, 고급형 48%선. 고급기종일수록 국산화율이 낮다.(상공부분석)
자체기술개발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우리업체들은 86년 한국광학산업 기술연구조합을 결성, 핵심부품을 공동개발하고 있으나 아직 성과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국산화율을 높이고 국내카메라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원광학 윤호길 과장은 카메라산업의 발전을 위해 『수입자유화의 확대를 3∼4년간은 유보해야한다』고 강조, 카메라산업이 정부의 개방정책의 희생이 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구했다. <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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