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비대위 허송세월" 김병준 "날 시험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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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일각의 비대위 비판을 두고 “비대위와 비대위원장을 시험하려 들지 마라”며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당에서 주요 상징적인 분이나 주요한 위치 있던 분들이 비대위 활동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비대위가 하는 일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월 30일 오후 충남 예산군 리솜스파캐슬 덕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충남도당 핵심당직자 연수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월 30일 오후 충남 예산군 리솜스파캐슬 덕산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충남도당 핵심당직자 연수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는 전날 친박계 홍문종 의원을 비롯해 일부 의원들이 비대위와 복당파를 겨냥해 비판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지난달 31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될 수 있으면 당내 불협화음 같은 게 나오지 않게 하고 싶지만, 쓴소리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며  “탄핵의 로드맵을 만들어서 그게(탄핵이) 어떻게 잘못됐다는 걸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당에서 나가 탄핵 앞장섰던 사람들이 한마디 반성도 안 한다”라면서 “당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당을 저주하고, 당에다 침 뱉고, 탄핵에 앞장섰던 사람들이 대오각성하고 반성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

4선의 정우택 의원도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당협위원장 심사 및 교체 작업에 대해 "지금 원외 당협위원장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대표체제가 바뀌면 그때마다 원외위원장을 흔들어대니 지역구 관리를 연속적으로 할 수 없고 하려해도 흔들면 힘이 빠진다"고 지적했다.

또, 4선의 신상진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에서 "보수재건에 중요한 이 가을을 허송세월하고 있는 비대위는 하루 빨리 전당대회 준비나 마치고 활동 종결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

신상진 자유한국당 의원 [중앙포토]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너무 근거 없이 너무 강하게 그것도 비대위 향해서가 아닌 국민을 향해 이야기하면 좀 비대위가 어려워진다”며 “어려워지는 만큼 비대위도 그냥 덮고 지나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족한 게 많지만 언제든 비대위가 뭘 하는지 알고 싶으면 총장이나 저나 대담할 위치에 있는 분께 물어봐 달라”며 “그런 확인 없이 여기저기서 비대위가 하는 일 없다는 식의 근거 없는 이야기로 불협화음을 만드는 것에 대해선 주의해달라”고 강조했다.

복당파인 김용태 사무총장도 “우리는 비대위 전으로, 지방선거 전으로, 대선 전으로, 탄핵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며 “국민과 당원이 비대위에 준 책임과 권한은 분명히 확실히 행사해 차질 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측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 후 친박ㆍ비박ㆍ복당파를 가리지 않고 만남을 가져왔고, 당내 다양한 여론을 열어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을 만나 불만을 표할 수도 있는데, 마치 외부의 특정 세력에게 들으라는 듯이 정치적 주장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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