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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에서 산업 스파이전으로…美, 中 산업스파이 기소

중앙일보

입력

존 디머스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 [AFP=연합뉴스]

존 디머스 미국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 [AFP=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항공 기밀 정보를 훔친 혐의로 적발된 중국 국가안전부(MSS) 소속 산업스파이 10명을 기소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이래 미 법원이 중국 산업스파이들을 스파이 혐의로 재판에 세운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미 법무부는 “중국 정보기관이 (미국) 항공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해 터보팬 엔진 관련 정보를 훔치려고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중국 국가안전부 장쑤성 지부 소속 첩보원 1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터보팬 엔진은 상업용 제트여객기에 쓰이는 부품이다.

FT에 따르면 이번에 기소된 첩보원들 중 2명은 정보기관 관료이며, 나머지는 이들의 지시에 따른 해커 6명, 중국 주장쑤성 쑤저우에 사무실을 둔 프랑스 항공우주기업 직원 2명이다.

이들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중국 국영 항공우주기업과 동일 엔진을 개발 중이던 미 가스터빈 제조사 ‘캡스톤 터빈’ 등 외국 기업 13곳으로부터 정보를 빼돌리려고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상 기업은 미국 기업 8곳, 프랑스 기업 2곳, 영국 기업 1곳씩이다. 다국적 항공우주기업 역시 한 곳 포함됐다.

특히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 중 프랑스 기업 중국인 근로자 2명은 사내 컴퓨터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감염시키는 방식으로 기술을 빼갔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9일에도 미 법무부는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의 항공우주기업들에서 기밀 정보를 훔치려 한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 장쑤성 지부 소속 부국장급 간부 쉬옌쥔을 기소한 바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12월부터 올해 4월 체포 당시까지 GE 항공 부문 등의 첨단 기술을 빼내려 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지난 9월엔 중국계 미 육군 예비군이 중국 정보 관료를 도운 혐의로 체포된 적도 있다.

중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에 대한 미 당국의 압박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존 디머스 미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이번 기소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행정기관들과 함께 국가 산업의 독창성과 투자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은 항공산업을 ‘제조 2025(중국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의 핵심사업으로 정했다. 하지만 항공산업의 핵심 기술인 제트엔진 기술이 경쟁 국가에 비해 20~30년 뒤져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번 사안에 대한 즉각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고 영국 FT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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