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어려운 이웃 위해 써주세요” 폐지 판 돈 모아 기부하는 장애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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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시골 의인, 기부 천사로 불리는 경북 영주에 사는 이대성씨. [사진 경북 영주시]

시골 의인, 기부 천사로 불리는 경북 영주에 사는 이대성씨. [사진 경북 영주시]

지난 24일 경북 영주시 영주1동 주민센터. 오른 다리를 절룩이는 60대 주민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공무원에게 다가가 “어려운 이웃들을 대신 좀 도와 달라”며 주머니에서 5만원권 한장을 꺼냈다. “11월 말에도 또 그다음 달에도 계속 5만원씩을 모아 오겠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

경북 영주 ‘시골 의인’ 이대성씨 #학생 장학금, 김장 비용 내놓기도

60대 주민은 폐지를 수거해 파는 일을 하는 영주 1동에 사는 이대성(63·사진)씨다. 그는 2016년 12월부터 매달 한차례 동 주민센터를 찾아 5만원씩을 전하고 있다. 그의 5만원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평소 골목 등지에 흩어진 폐지를 하나둘 모아 팔아 마련한 돈이다. 이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을 위한 장학금도 여러 번 냈다. 2014년 100여만원을 시작으로 2015년 70여만원, 2016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160여만원과 120여만원을 동 주민센터에 기탁했다. 지난 8월엔 영주시 인재육성장학기금으로 100여만원을 전했다. 2010년부터 매년 김장 비용으로 200여만원을 따로 준비해 이웃들의 반찬까지 챙기고 있다.

지체 장애가 있는 그는 15만원씩을 내는 월세방에 부인과 산다. 부인 역시 장애인이다. 부부는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다. 월 99만원 정도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영주1동 주민센터 이연경 팀장은 “폐지를 수거해 판 돈 전부와 기초생활보장 수급비 일부까지 따로 모아 이웃을 위해 내놓고 있다”고 했다. 그가 영주 주민들 사이에 ‘시골 의인’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씨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오른 다리와 오른팔이 불편해졌다.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다. 그는 “가난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나보다 더 어렵게 사는 이들을 챙기고 돕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도울 이웃이 더 있다며 빈 병까지 줍고 있다.

영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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