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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투어 챔프, 한 달 만에 PGA 투어 챔프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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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닭 모양의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캐머런 챔프(가운데). 챔프는 330야드를 넘는 장타에 정교한 퍼트 능력까지 선보이며 우승했다. [AP=연합뉴스]

닭 모양의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캐머런 챔프(가운데). 챔프는 330야드를 넘는 장타에 정교한 퍼트 능력까지 선보이며 우승했다. [AP=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새로운 스타가 나왔다. 29일 미국 미시시피 주 잭슨에 있는 잭슨 골프장에서 끝난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합계 21언더파로 우승한 캐머런 챔프(23)다. 챔피언이라는 강렬한 이름을 가진 그는 이달 초 2부 투어에서 PGA 투어로 올라왔는데 2경기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드라이브샷 평균 334야드 장타자 #1부 투어 승격 2경기 만에 우승 #할아버지 따라 파3 골프장서 배워

그가 우승한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은 월드골프챔피언십(WGC)과 같은 기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정상급 선수들은 거의 참가하지 않는 B급 대회다. 그런데도 미디어의 관심은 스타들이 참가한 WGC만큼 컸다. 최고의 장타자이자 차세대 슈퍼스타가 될 잠재력을 가진 챔프가 우승했기 때문이다.

챔프에 대한 소문은 골프계에 몇 년 전부터 파다했다. 한 때 타이거 우즈를 가르쳤던 션 폴리는 “더스틴 존슨보다 30야드를 더 멀리 치는데 정확성은 (단타자인) 데이비드 톰스 같다”고 했다. 그와 함께 2부 투어에서 뛴 이경훈은 “챔프의 캐디는 400야드 거리에 있는 장애물까지 체크한다. 가끔 공이 그만큼 멀리 나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챔프가 올라왔기 때문에 ‘PGA 투어의 최장타자가 로리 매킬로이, 더스틴 존슨, 버바 왓슨 중 누구인가’ 같은 논쟁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텍사스 A&M 대학을 다닌 챔프는 지난해 US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8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챔프의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349.9야드로 1위였다. 대회를 앞두고 로리 매킬로이, 루이 우스트이젠과 함께 연습 라운드를 했는데 두 장타자는 “나보다 챔프의 샷이 50야드 더 멀리 나가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챔프는 지난해 가을 프로로 전향해 2부 투어에서 뛰었다. 유타 챔피언십에서 평균 티샷 거리 391야드를 기록하면서 우승했다. 이달 초 PGA 투어 카드를 땄다.

캐머런 챔프(오른쪽)와 아버지 제프. 흑인인 챔프의 할아버지는 베트남 참전용사 출신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백인 여성과 결혼했다. [AP=연합뉴스]

캐머런 챔프(오른쪽)와 아버지 제프. 흑인인 챔프의 할아버지는 베트남 참전용사 출신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백인 여성과 결혼했다. [AP=연합뉴스]

챔프는 자신이 단순히 공을 멀리 치는 선수가 아님을 샌더슨 챔피언십 우승으로 증명했다. 4타 차 선두로 시작한 챔프였지만 정상에 오르는 길이 쉽지는 않았다. 경기 시작 30분 전 연습장에서 드라이버가 깨졌다. 바람이 많이 불었고 코스는 좁은 편이어서 장타자가 불리한 편이었다. 빅리그 첫 우승을 앞두고 신인 챔프의 샷도 흔들렸다. 챔프는 4라운드 초반 쉽게 점수를 줄이던 파 5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했고, 아이언을 잡고도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려 보기를 했다.

그러나 챔프의 장점은 드라이버만이 아니었다. 챔프는 거듭된 위기를 그린에서 퍼터로 만회하면서 서서히 안정을 찾았다. 그렇게 버티다 13번 홀부터 16번 홀까지 4연속 버디를 잡았다. 16번 홀 10m가 넘는 버디 퍼트가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18번 홀에서도 버디를 잡아 마지막 6개 홀에서 버디 5개를 낚는 끝내기 능력을 보여줬다. 기록상으로는 드라이버보다 퍼트가 더 좋았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브샷으로 얻은 이득은 5.67타(3위), 퍼터로 얻은 이득은 8.63타(2위)였다.

그의 할아버지 맥 챔프는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처럼 흑인이며 베트남 참전용사였다. 캐머런 챔프는 2세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월 이용료 50달러(약 5만7000원)짜리 동네 파3 코스에 다녔다. 할아버지는 항상 그에게 “네가 어디서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챔프는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잠언 3장6절)을 문신으로 새겼다. “너는 범사에 여호와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는 문구다.

챔프는 벌써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재단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스트레스를 풀 줄도 안다. 챔프는 “자동차와 트럭을 정비하고 경주를 하면서 가끔 일상에서 벗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이맘때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1년 사이에 Q스쿨에 합격해 2부 투어에서 활약한 데 이어 1부 투어까지 올라가 우승을 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챔프의 체격은 키 1m 83㎝에 몸무게는 80kg. 체구가 아주 크지는 않다. 그는 “원래 거리가 많이 나는 편인데 20대에 접어들면서 정확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가 아파 대학 입학 후 2년간 쉬다가 회복했다.

캐머런 챔프는 …

출생 1995년 6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체격 키 1m83㎝, 몸무게 80㎏
프로데뷔 2017년 11월
PGA 투어 데뷔 2018년 10월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34야드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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