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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7080' 폐지…14년 프로 종영, 이유도 설명 않는 KBS

중앙일보

입력

2011년 김수철이 KBS `콘서트 7080` 300회 특집이 진행된 1월 6일 무대에서 '못다핀 꽃 한송이'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 KBS]

2011년 김수철이 KBS `콘서트 7080` 300회 특집이 진행된 1월 6일 무대에서 '못다핀 꽃 한송이'를 열창하고 있다. [사진 KBS]

중년층을 위한 거의 유일무이했던 음악 프로그램 KBS '콘서트7080'이 폐지된다. KBS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11월 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한다"며 "7080년대의 낭만을 기억하는 세대를 위한 유일무이한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으로서 지난 14년 동안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콘서트 7080'은 2004년 11월 6일 방송을 시작해 지난 14년간 이어져 온 KBS의 대표적인 장수 음악 프로그램이다. 제목처럼 1970~1980년대 활동한 가수들이 방송에 출연해 오랜만에 무대를 갖는 형식으로, 최근에는 1990년대 가수들까지 대상이 확장하기도 했다. 특히 아이돌을 포함한 젊은 가수들도 종종 초대하며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최근 시청률은 1~3%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실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가요무대'를 제외하면 중장년층을 위한 유일무이한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시청률과 예산 논리로 너무 쉽게 공영성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4년 프로그램 종영 이유 설명도 않는 KBS

2015년 500회를 맞아 사진을 찍고 있는 '콘서트 7080' 출연자들 [사진 일간스포츠]

2015년 500회를 맞아 사진을 찍고 있는 '콘서트 7080' 출연자들 [사진 일간스포츠]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MC 배철수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그만큼 빠르게 싫증을 느끼는 시대인데, 한 프로그램이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콘서트 7080에 대한 프라이드를 늘 안고 살겠다"고 말했다. 제작진 또한 "중장년층을 비롯해 수많은 시청자와 좋은 음악을 나누고 울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정말로 행복했다"며 "앞으로 또 다른 좋은 프로그램으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리며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양해와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콘서트 7080'의 종영을 알리는 보도자료에는 이처럼 감회만 나열돼 있었을 뿐, 왜 종영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종영 이유에 대해 묻자 KBS의 한 관계자는 "편성 정책상의 이유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 유지 및 리뉴얼을 위해 우리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8월 KBS는 가을 개편을 통해 장수 프로그램인 'TV소설' '소비자리포트' 'VJ특공대'를 폐지하기도 했다. 그에 앞서서는 '시청자 칼럼'을 폐지했다.

"젊고 효율적 방송" 기치에 장수 프로 사라지는 KBS

당시 양승동 KBS 사장은 "젊고 효율적인 방송사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김재덕 KBS 제작본부장은 "프로그램의 양이 제한돼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가뜩이나 일부 세대에 한정돼 콘텐트 제작 및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공영방송 KBS 마저 세대를 아우르는 공공성과 문화 향유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특히 14년 된 프로그램을 종영하겠다며 알려온 자료에 종영 이유조차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은 시청자를 그만큼 가볍게 본 것이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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