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발레단 남성무용수 부족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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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미국의 2대 클래식 발레단인 뉴욕시티 발레와 아메리칸 발레시어터는 남성댄서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여성댄서에 비해 재능있는 남성댄서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적어 유럽쪽에 스카우트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지금 막 활동을 해야할 20대의 체격좋고 세련된 테크닉의 남성무용수가 절대 부족한 것은 지난 70년대에 이어 두번째인데 80년대에 입단한 숫자도 적은데다 사고나 전직으로 발레단을 떠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의 경우는 최근 88∼89년 시즌 소련 볼쇼이발레단의 젊은 스타중 하나인 「안드리스·리파」와 프랑스의 주연급「길라움·그라핀」을 스카우트했다.
이 발레단에는 이미 오스트레일리아의 「로스·스트레튼」, 스웨덴의 「요한·렌말」이 있고 소련에서 훈련받은 「미하일·바리시니코프」가 있다.
지난 두 시즌동안에는 아르헨티나태생「주리오·보카」가 각광받았고, 떠오르는 별인 「리카르도·버스타만테」또한 콜럼비아 출신이다. 외국인 남성댄서가 더욱 많은 것은 뉴욕 시티발레로 최근 공연한 「조지·발란신」안무의 『디베르티멘토 제15번』에서는 「벤·휘 즈」「주카·아로마」「니라스·마틴스」등 3명의 주연급 댄서가 모두 유럽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봄시즌부터 각광받는 「제페·미즈코브」는 덴마크출신인데 「제롬·로빈스」안무의 『유리조각』에서 화려한 데뷔를 했다.
2명의 유명한 솔리스트는 일본태생의 「젠·모리우치」와 이탈리아태생의 「카를로·메를로」다.
그밖에도 서독의 「오토·노이벌트」, 프랑스의 「알렉산드레·프로이아」등이 각광받는 외국인 솔리스트들이다. 「휘츠」「모리우치」「메를로」는 로잔 콩쿠르의 입상자들로 뉴욕시티 발레산하의 아메리칸 발레스쿨이 재능있는 외국인을 뽑기위한 여례 경연대회에서 뽑혀 스칼러십으로 입단한 경우다.
이렇게 미국의 2대 발레단은 필요에 의해서지만 코즈모포리탄이 되고 있다. 이는 70년대에 「발란신」의 일곱 남성무용수가 거의 유럽인으로 채워졌던 이래 두번째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 발레계에서는 이렇게 주요 발레단이 남성주역을 외국인으로 대치하는 것은 곧 배출될 미국출신 댄서들의 앞길을 막는 것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또한 미국정부가 소련·프랑스·덴마크 정부처럼 8세정도의 타고난 재능의 소년들을 뽑아 장학금을 주고 댄서로 키워야 할 것이라고 발레교사들은 주장한다.
오늘날 미국의 많은 부모와 소년들은 발레댄서가 되느니 운동을 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는 것이 오히려 빛나는 앞날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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