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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치기서 세계정상 오른「사각의 풍운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검은 손」(소매치기)을 씻고 주먹으로 세계정상을 정복했던 프로복싱 전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김성준(김성준)은 끝내 복싱후유증으로 34세의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김의 후유증은 복서의 가장 흔한 증후군인 펀치드렁크로, 맞는 권투를 구사하는 인파이팅 복서에게 흔한 증상이며 뇌세포의 이상으로 실어증(실어증)이 생기고 침을 흘리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70년대 하드펀처 허버트강이 이 증세로 현재도 고생을 하고 있으며 미국의 천재복서「무하마드·알리」도 펀치드렁크로 말을 더듬는다. 김은 지난78년9월 태국의 WBC라이트플라이급챔피언「네트로이·보라싱」을 서울로 불러들여 3회K0승을 거두고 챔피언에 올라 화제를 일으켰었다.
김은 80년1월 4차 방어전에서 일본의 「나카지마」에게 판정패, 타이틀을 잃고 링을 떠났다.
김은 은퇴 후『82년에 영화에 출연한다』『체육관을 차리겠다』는 등 방황했다.
김은 지난55년 부산에서 해운업을 하던 김대현씨(김대현)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을 때만해도 집안이 부유했다. 그러나 7세때 서울로 이사와 부친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어두운 길을 걷게됐다.
어머니 이숙자씨(이숙자)가 행상으로 가정을 이끌자 안산국교를 졸업한 후 구두닦이·신문팔이·폭력배에 이어 소매치기세계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나 복싱을 하면서도 소매치기를 하다 결국자수, 담당검사(김진세)의 후원으로 복싱을 계속 할수 있었다.
현재 김의 가족들은 어머니를 제외하고 모두 뉴욕으로 이민가 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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