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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 몰랐다"|남-북 교류 특례법 서둘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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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주영 현대그룹명예회장의 북한방문으로 금강산합작개발·원산수리조선소·철도차량사업참여 등 남북한간 경제협력이 초고속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이같은 움직임이 전적으로 행정실무 부서의 머리너머로 진행되고 있어 경제기획원·상공부·건설부 등 관계부처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재 거론되는 남북합작사업이 아직 행정부차원에서 정책결정이나 이에 따른 준비작업·보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고있어 앞으로 원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앞서간 합의사항이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낼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의 반응을 검토해본다.
○…경제기획원·상공부 등 경제부처들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북한측과 금강산공동개발 등에 합의, 남북한경제교류가 합작단계까지 급진전하리라고는 예측을 하지 못한 듯 당황과 우려의 기색이 역력.
상공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회장의 방북결과에 대해 아직 들은 바가 없다』고 말하고 공산국가와의 경제협력은 간접교역·직접교역의 형태를 거쳐 합작단계로 가면서 투자보장·신변보장 등 보완책을 마련해 가는 것이 상례인데 이번 경우는 간접교역도 채 이루어지기 전에 합작으로 뛰는 상상을 초월하는 스피드라고 촌평.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에서 막힌 문제를 경제로 풀자는 데에는 납득이 가지만 아무래도 일이 실무차원을 훨씬 넘어 머리위로 진행되는 모양』이라고 언급하면서 『정회장의 방북은 기업인 개인차원이 아닌 정부의 대북 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오랫동안 추진되어온 정부의 특사로 보아야한다』고 자격을 규정.
○…정회장의 방북결과 금강산 공동개발합의로 남북한합작 문제가 현실로 닥치자 경제기획원은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하느라 부산한 움직임.
실제 작년10월 정부의 대북 간접교역 허용조치도 북한과의 인적·물적 교류허용문제만 다뤘지 합작문제는 일체언급이 없었는데 기획원당국자는 이에 대해 『당시만 해도 남북관계가 이렇게 급템포로 진전될 줄은 몰랐다』고 정부의 불비 책임을 실토.
정부는 이에 따라 남북교류에 관한 특례법(가칭)을 서둘러 제정하도록 하는 한편이 법제정 이전에라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다는 방침.
경제기획원은 남북한 합작 승인절차를 다룰 「남북경제교류지침」을 만들 계획이고 상공부는 남북교역에 관한 중장기계획을 서둘러 용역을 줄 계획.
또한 이봉서 동자부장관도 3일 대한광업진흥공사 업무를 보고 받는 자리에서 『지금은 금강산개발문제가 화제가 되고있으나 다음 차례는 북한의 지하자원 공동개발문제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북한의 지하자원의 매장량, 개발가능성 등을 주도면밀하게 파악, 마스터플랜을 짜두라』고 지시.
○…남북 인적·물적 교류를 담당하고 있는 상공부는 정회장 방북이후 밀어닥칠 방북신청 러시에 대해 걱정이 태산.
한 관계자는 『북한이 이미 우리 경제인 여러 명에게 초청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있다』 면서 『이는 북한이 정부대 정부의 차원보다 정부대 기업의 차원으로 경제교류를 끌고 갈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고 밝히고 『북한의 전략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정부의 대응방안이 필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
○…건설부는 정회장의 금강산공동개발논의 등에 대해『 아직까지는 외교차원의 일이지 건설 등 구체적인 경제협력차원이 아니다』는 입장. 3일에야 현대측의 계획이 어떤 것인지를 「보고」받아 이 문제에 대해 사전협의가 없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금강산을 설악산과 연계해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있으며 나중에라도 이 문제를 국토개발차원에서 다루어야 하지만 「행정권」이 북쪽에까지 미치지 못해 두고 보아야할 문제라고 설명.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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