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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확정 후 사면 뒤따를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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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KAL기 폭파범 김현희(26)가 범행 14개월여만에 재판정에 서게됐다.
구속기소·불구속기소·공소보류 등 세가지 신변처리방안을 놓고 고심해온 검찰이 안기부로부터 관계서류 및 증거 등을 송치받은지 69일만에 불구속기소한 것이다.
김에게 적용된 죄명은 형법(살인)·국가보안법·항공법·항공기운항 안전법 등 4가지.
김의 법정형량은 최고 사형이고 검찰로서는 김에게 사형구형이 불가피한 입장이며 법원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지만 형 확정 직후 국익 등 정책적 고려에 따라 사면 조치될 것으로 보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동안 검찰과 안기부는 김의 법적 처리방법을 놓고 고심한 끝에 공소보류나 구속기소가 부적절하다고 판단, 불구속기소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소보류란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에 대해 검찰이 범행동기, 수단과 결과, 범인의 환경, 범행 후 정황 등을 참작해 공소의 제기를 보류하는 제도.
김에게 이 처분이 결정될 경우 결정 후 2년 안에 공소체기가 없으면 공소권이 없어지게 돼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진다.
검찰이 이 방법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보는 이유는 첫째 김이 민간항공기 테러범으로 1백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범임을 감안할 때 국민의 법감정에 안맞는다는 것이다.
둘째 공소보류는 우리나라가 73년 가입한 「민간항공의 안전에 대한 불법적 행위억제를 위한 협약」(일명 몬트리올협약) 제3조에 「각 조약체결국은 항공기범죄를 엄중한 형벌로 처벌해야한다」는 의무규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보고있다.
이 협약을 어길 경우 조작설을 계속 주장해온 북한의 책동에 따라서는 일본이나 바레인이 2차 재판권의 행사를 요구, 외교적 마찰을 빚을 우려도 예상할 수 있다.
셋째 1백15명 희생자 유족들의 감정에 절대 어긋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일부의 조작설을 불식하고 진상을 밝힌다는 차원에서 유일한 직접증거인 범인의 입을 통해 공개된 법정에서 범행사실을 낱낱이 밝히도록 한다는 정책적인 배려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수 있다.
당초 검찰은 구속기소의견을 제시했었으나 안기부측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속기소가 불가하다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용상의 어려움 때문. 지금까지 여자 수사관들의 도움·감시속에 합숙해온 김을 교도소 독방에 수용할 경우 불안한 심리상태에 따른 자해의 우려도 있다는 것.
또 구속기소는 대북 공작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며 김의 범행이 근본적으로 북한의 폐쇄적인 사상교육 때문이고 김은 꼭둑각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처벌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국내외에 관용을 보임으로써 우리측의 체제우월성을 과시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으며 김이 전향해 우리측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정상도 참작해야 한다는 것.
지난해 11월25일 안기부로부터 이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그동안 증거확보작업과 함께 금을 6차례 신문했다.
현재 검찰이 확보한 증거물은 4천여 페이지의 수사기록과 45점의 항공기 잔해, 김의 수첩 등이 전부이기 때문에 증거주의를 채택하는 우리의 현실로서는 김의 자백이외의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검찰도 범죄입증에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 공개재판이라는 심리적 충격에 심경변화를 일으켜 진술을 뒤엎을 경우도 검찰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검찰이 불구속기소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운 「국익」이 얼마나 일반 국민의 법감정을 덮어줄는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에 김의 형 확정 후 사면조치를 취해야할 정부는 명쾌하고 설득력 있는 사면이유를 통해 이 사건을 매듭지어야할 책임이 계속 남아있는 셈이다. <김우석 기자>

<사건일지>
◇87년▲11.29. KAL기 폭파
▲12.1. 바레인경찰 범인검거
▲12.15. 바레인측으로부터 신병인도
▲12.18. KAL기 1차 잔해검증
▲12.19. 김승일 사체부검
▲12.23. 김현희 입건
◇88년▲1.15. 안기부 수사결과발표
▲11.25. 서울지검 송치
▲12.2. 검찰 김현희 첫 소환조사
◇89년▲2.3. 불구속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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