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못잖은 이화여고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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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동의 이화여자고등학교가 31일 개교 120주년을 맞는다. 1886년 설립된 '이화학당'은 1929년 이화여자고등보통학교(이화여고)와 이화여자전문학교(이화여대)로 나뉘었다. 이화여고 학생들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유관순 열사는 1918년 이화학당 고등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이듬해 3.1운동이 일어나면서 졸업을 하지 못한 채 옥사했다. 하란사 여사는 독립운동을 하다 일제에 의해 독살당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화여고 박물관 개관을 준비한 황동진 학예사는 "이화여고의 전통은 뿌리깊은 사회봉사활동의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50년대 전후 농촌을 복구하기 위해 학생들이 길을 닦고 집을 짓는 등의 봉사활동을 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다.

이화여고는 재계.정계.예술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여성 인사들을 다수 배출했다. 정계에는 지은희(65년 졸업) 전 여성부 장관.이미경(69년 졸업) 국회 문광위원장 등이 있다. 디자이너 이광희(71년 졸업).사업가 김성주(75년 졸업, 성주 인터내셔널 대표)씨, 첼리스트 정명화(58년 졸업).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1년 재학 중 도미)씨 자매도 이화여고 출신이다.

김숙희 총동창회장(56년 졸업)은 "이화의 건학이념은 여성들이 자신을 존중하며 살도록 하자는 것이었다"며 "이 때문에 시대를 뛰어넘은 자유혼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30일 이화여고에서 열리는 개교 120주년 행사에서는 강은엽(55년 졸업) 계원예술조형대학 교수가 새로 제작한 유관순 열사의 동상이 공개된다. 학교 역사를 담은 '이화 박물관'도 개관한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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