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발전기구 설립싸고 "힘겨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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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방송위원회와 문공부가 방송발전을 위한 특별기구의 설립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혼란과 갈등을 빚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지난해말 ▲새로운 방송인력의 발굴 및 기존인력의 재교육 ▲기존 프로그램의 개선과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기초·실험연구 ▲방송국 밖의 독립창작자·예술인의 창조적 역량활용 등을 목표로 방송개발원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방송개발원은 각방송사와 방송위원회의 중간위치에서 방송위원회의 정책을 협력·대행하면서 각방송사 프로그램의 질적향상과 관련된 제반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방송위원회는 이에 따라 89년도 공익자금 가운데 70억원을 설립기금으로 확보해놓고 있으며 남한강 수련원 등을 임대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양대 방송사의 사장 선임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데 이어 이처럼 방송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특별기구의 설립을 주도하게 되자 일부에서는 「패권주의적」발상이라는 비판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최병렬 문공부장관은 지난주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연내에 국가방송발전제도연구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최장관은 연구결과에 따라 방송국 채널의 특성화, 종합유선방송(CC-TV)제도도입 및 국민생활에 필요한 교통·기상방송국설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업무보고 이후 강용식 문공차관이 기자간담회를 자청, 이 계획의 추진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기구의 추진업무중에는 방송개발원의 주요기능인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도 포함된다고 분명히 언급했다.
강차관은 또 방송개발원이 구체적 계획도 없이 예산부터 확보해 놓은 것은 「횡포」라고 비판하고 당초 2백억원 규모였던 예산도 자신이 70억원으로 축소 조정했다고 밝혔다.
문공부는 최근 공익자금 운용계획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방송개발원 예산은 세부 사업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거친 뒤 지원한다는 「검토의견」을 첨부해 방송개발원의 설립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문공부의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원회는 어차피 예산이 책정된만큼 방송개발원 설립계획은 철회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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